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3년째를 맞이하는 2022년, 새해를 여는 세계 각국의 표정은 예년과 크게 달랐다. 3억 명에 육박하는 확진자에다가 최근 기세를 높이고 있는 오미크론 변이 탓에 세계 각국은 떠들썩한 새해 맞이 행사 대신 제한된 규모로 행사를 열거나 아예 취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주류 변이로 떠오른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기존 변이에 비해서는 낮다는 의견이 중론이지만, 굳이 대규모 행사로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겠다는 의도다.
미국 CBS 방송은 1일(현지시간)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축하행사를 축소하거나 취소하도록 만들었다”고 짚었다. 실제로 신년 맞이 ‘볼 드롭’ 행사로 평년에는 대규모 인파가 모였던 뉴욕 타임스스퀘어는 행사를 예년의 4분의 1 수준인 1만5,000명으로 축소했다. 5세 이상 모든 참석자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고 백신 접종 증명서도 제출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행사가 취소됐다. CBS는 조지아주 애틀랜타와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등은 축하 행사를 건너뛰었다고 전했다.
다른 국가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AP통신은 날짜 변경선에 가장 가까워 새해가 가장 먼저 찾아오는 나라 중 하나인 뉴질랜드에선 전통적으로 실시됐던 불꽃놀이가 취소되고 대신 조명을 사용한 축하 행사가 열렸다고 전했다. 시드니 하버브리지와 오페라하우스를 배경으로 하는 불꽃놀이로 명성이 높은 호주도 불꽃놀이를 7분으로 대폭 단축했으며 시민들의 도심 접근이 제한됐다고 AP는 덧붙였다.
유럽도 조용한 새해를 맞았다. 영국 런던에선 2017년 보수 공사에 들어갔던 빅벤 시계탑이 4년 만에 새해를 알렸다. 그러나 트래펄가광장의 새해 전야 행사와 대관람차 ‘런던 아이’ 불꽃놀이는 취소됐다. 프랑스 파리는 개선문 앞 불꽃놀이를 취소하고 도심 일부 거리를 통제했다. 스페인에선 마드리드 광장에서 새해를 맞으려는 시민들이 곳곳에 설치된 검문소를 통과하기 위해 몇 시간 동안 줄을 서야 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방역조치도 부활했다. 프랑스는 실외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했고, 어린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연령을 11세에서 6세로 낮췄다. 스페인은 광장에 몰린 참석자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많은 인파가 몰려 인명사고로 이어졌다. 독일 연방 정부는 2년 연속 새해 전야 불꽃놀이 행사를 취소하고 폭죽 판매도 금지했지만, 라이프치히와 함부르크 등 일부 지역에서는 시민들이 자체 불꽃놀이를 하다가 다수가 부상했다고 dpa통신은 보도했다. 인도 북서부 잠무카슈미르주 잠무 소재 힌두교 성지순례지인 마타 바이슈노 데비 사원에서는 새해 첫날 새벽기도를 위해 수만 명이 몰리면서 최소 12명이 압사하고 13명이 다쳤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인도 당국이 사원 입장 수를 2만5,000명으로 제한했으나 이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몰린 탓이라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