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를 결산하고 새해 국정 방향을 결정하는 북한 조선노동당 전원회의가 31일까지 닷새째 진행됨으로써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기 최장기록을 세웠다. 이례적인 긴 회의기간에도 세부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1일 '신년 메시지' 성격의 결정서 공개를 앞두고 대내외 주목도를 높여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쥐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북한 노동신문은 전날 열린 당 제8기 제4차 전원회의 4일차 회의에서 "부문별 분과 연구 및 협의회를 결속하면서 초안에 보충할 건설적 의견을 종합해 최종 심의했다"고 31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회의 첫날인 지난 27일 내린 '2022년도 당과 국가 사업방향'에 대한 결론을 구체화한 결정서 공개가 임박했다는 뜻이다. 신문은 "전원회의가 계속된다"며 이날도 회의가 이어지고 있음을 알렸다. 그간 짧게는 하루, 길게는 나흘가량 진행됐던 전례에 비춰 보면 역대 가장 긴 기간이다. 1일 김 위원장의 육성 신년사를 대체해 공개될 것으로 보이는 결정서의 마무리 작업에 그만큼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집권 10년' 당일인 전날에도 북한은 별도의 기념 행사 없이 조용히 지나갔다. 또 대남·대외관계 담당 분과를 따로 만들고 국방, 군수공업 등 10개 분과를 운영하는 등 의제를 세부적으로 나눠 심도 있는 검토를 거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국경 봉쇄와 이로 인한 심각한 경제난, 남북미 경색관계 등이 중첩된 상황에서 대내외에서 최대 성과를 끌어내기 위한 실무 전략 마련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토의 내용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 '깜깜이 회의' 방식을 택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노동신문은 이날 4일 차 회의 소식을 100자 남짓의 세 문장으로 보도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새해 첫날인 1일 대대적으로 공표하겠다는 셈법으로 보인다. 또 31일 회의를 마치면서 불꽃놀이와 신년 축하공연 등으로 성과를 자축하면서 주민들의 기대치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원회의를 계기로 새해 희망적 비전을 내세워 내부 결속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지난 10월 이후 두 달여간 대외정책에 대해 침묵해 오며 주변국들의 관심을 증폭시킨 가운데 북한을 중심으로 한 대남·대미관계를 재설정하려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주변국들의 주목도를 상당히 높인 상황에서 '고강도 행동'을 암시하는 표현으로 판도를 흔들어 정세 주도권을 잡으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