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스마트폰 두뇌' 모바일 AP 전쟁 발발

입력
2022.01.03 14:30
삼성전자, 11일 '엑시노스 2200' 공개
갤럭시S22 탑재...AMD와 협업 그래픽 개선
업계 1, 2위인 대만 미디어텍-미국 퀄컴도 '맞불'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스마트폰의 '두뇌'로 통한다. 데이터 처리를 담당하는 중앙처리장치(CPU)에서부터 이미지와 영상정보 구현에 최적화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포함해 5세대(5G) 이동통신 모뎀 및 인공지능(AI) 신경망처리장치(NPU) 등까지 통합시킨 핵심부품이어서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선두 주자인 삼성전자가 한 자릿수 점유율로 고전 중인 분야이기도 하다. 그랬던 삼성전자가 새해 벽두부터 신제품 출시를 예고하고 나섰다. 글로벌 모바일 AP 시장에서 약 70% 점유율에 힘입어 양대 산맥으로 자리한 대만 미디어텍과 미국 퀄컴 등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1일 모바일 AP 신제품인 '엑시노스2200'을 선보인다. 엑시노스 2200엔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됐던 그래픽 기술을 개선하고 최첨단 공정인 4나노(nm, 1nm는10억분의1미터)로 제작됐다. 엑시노스 2200은 삼성전자의 올해 야심작으로, 상반기에 선보일 '갤럭시S22'에 탑재된다.


단점 꼽힌 그래픽 개선...머리카락 2만분의 1 크기 초미세 공정

그동안 출시됐던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모바일AP는 각 지역마다 다른 제품으로 내장됐다. 미국용으로 나왔던 스마트폰에선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한국 내 제품에선 엑시노스를 각각 사용해왔다. '갤럭시S21' 시리즈도 지역에 따라 퀄컴 스냅드래곤 888과 삼성 엑시노스2100를 병행 사용 중이다. 하지만 자사 엑시노스의 경쟁력이 퀄컴에 밀리면서 스냅드래곤의 채택 비중은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신년 초부터 엑시노스2200을 분위기 쇄신 카드로 꺼내든 배경이다. 이번에 선보일 엑시노스2200은 그간 개선점으로 지적됐던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을 대폭 향상시킨 게 특징이다. '그래픽 명가'로 알려진 미국의 AMD와 협업해 나온 제품이기도 하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최신 공정인 4나노 단계에서 생산된다는 부분도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4나노는 머리카락 한 올을 2만 개로 쪼갠 크기다. 나노는 반도체 회로 선폭에 쓰이는 단위로, 굵기가 가늘수록 단위 면적당 더 많은 소자를 집적할 수 있어 성능도 향상된다.

퀄컴 이어 중저가 강자 미디어텍까지 4나노 AP 참전

경쟁사의 움직임은 이미 포착됐다. 퀄컴은 지난달 초부터 '스냅드래곤 8.1세대' 신제품을 선보였다. 전작인 ‘스냅드래곤 888’에 비해 CPU는 20%, GPU는 30%씩 성능을 향상시켰다. 이 제품 역시 삼성전자 4나노 파운드리 공장에서 제작된다. 이미지 처리 성능을 대폭 강화한 이 제품은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주요 중국 업체의 신제품에 탑재된다.

그동안 중저가 스마트폰용 AP만 생산했던 대만의 미디어텍 역시 4나노 AP 전쟁에 참전했다. 미디어텍은 중국의 화웨이와 반도체 설계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미중 무역분쟁으로 고꾸라지면서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미디어텍 또한 지난달 초 TSMC의 4나노 공정을 적용한 ‘디멘시티 9000’을 공개하면서 프리미엄 AP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하반기 신제품을 출시하는 애플의 경우 당초 아이폰14에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을 적용할 계획이었지만, TSMC의 3나노 도입이 연기되면서 차세대 AP인 'A16 바이오닉'을 4나노로 생산할 방침이다.

칩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TSMC 파운드리 경쟁도

업체 간의 AP 성능 경쟁과 함께 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업체 간 경쟁도 주목된다. 엑시노스2200과 스냅드래곤8 1세대는 삼성 파운드리에서, 디멘시티9000과 A16 바이오닉은 TSMC에서 각각 생산된다. 같은 4나노라도 파운드리 업체의 생산 기술력에 따라 수율(불량률의 반대 개념)과 안정성이 차이가 날 수 있다. TSMC를 추격해야 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이번 주문 물량을 성공적으로 소화해야 할 상황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에 엑시노스의 성공은 갤럭시폰의 성능과 시스템 반도체 설계 능력을 입증하는 문제에서 벗어나 파운드리 양산 능력까지 증명하는 중요한 문제"라며 "갤럭시 이외의 타 업체 스마트폰에도 납품하는 실적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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