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유럽과 미국에서 연일 신규확진 최고 기록이 쏟아지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낮은 동유럽에서는 사망자도 급증해 어느새 누적 100만 명에 달한다. 두 대륙이 ‘바이러스 배양소’가 된 양상이다. 반면 오미크론 변이 진원지였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선 코로나19 그래프가 정점을 찍고 급격히 꺾이기 시작했다. 우려했던 것보다 사망자도 많지 않아, 한창 오미크론 쓰나미를 맞은 나라들에 작은 희망을 주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이탈리아에선 이날 12만6,88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사상 처음으로 10만 명을 돌파했다. 앞서 27일 3만800명, 28일 7만8,300명, 29일 9만8,000명에 이어서 하루 만에 3만 명이나 불어났다. 영국 또한 18만9,213명으로 이틀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고, 그리스에서도 역대 최다인 3만5,000명이 확진돼 비상이 걸렸다. 백신 접종 완료율 80%를 훌쩍 넘긴 ‘방역 모범국’ 스페인과 포르투갈도 예외는 아니다. 신규 감염자는 각각 16만1,688명과 2만8,659명으로, 나란히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프랑스도 이틀 연속 20만 명이 넘는 확진 사례를 보고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 나라들을 포함해 최근 일주일간 신규 확진 최고 기록을 작성한 나라는 20개가 넘는다. 그중에서도 압도적 1위는 미국이다. 이날 또다시 일평균 확진자 30만886명(존스홉킨스대 통계)을 기록하며 종전 기록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전 세계 하루 확진자 합계도 하루 평균 100만 명을 넘어섰는데, 유럽과 미국 두 대륙만 더해도 100만 명에 육박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전 세계 신규 확진 기록이 이번 주에만 벌써 세 번이나 깨졌다”고 전했다.
동유럽의 경우 오미크론 변이가 덜 퍼졌는데도 사망자가 크게 늘어 우려를 낳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이 자체 집계한 결과, 러시아와 체코, 헝가리, 폴란드,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 10개국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104만5,454명에 달했다. 유럽 내 인구 비중이 39%인 동유럽에서 유럽 전체 사망자(187만3,253명) 절반 이상(55.8%)이 나온 셈이다. 주요 원인으로 백신 기피 현상이 꼽힌다. 그나마 체코와 헝가리는 접종률이 서유럽과 비슷하지만,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는 접종 완료율이 각각 29.6%와 34.1%에 그친다. 동유럽 국가 중에서도 코로나19 사태가 특히 심각한 러시아에선 누적 사망자 수가 65만8,800명으로 집계됐다. 브라질을 제치고 미국(82만5,663명)에 이어 세계 2위다.
오미크론 변이가 두 대륙을 초토화하는 사이, 신종 변이를 첫 보고했던 남아공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최근 일주일간 하루 평균 확진자는 1만1,500명으로, 일주일 전과 비교해 무려 30% 급감했다. 이날 남아공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정점을 지났다”며 “전국 거의 모든 주(州)에서 신규 감염자와 입원 환자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남아공의학연구위원회 파리드 압둘라 박사는 “오미크론 변이가 일으킨 4차 대유행이 정점을 향해 상승했다가 하락하는 속도는 무척 빨랐다. 4주 만에 최고점을 찍고 이후 2주 동안 수직 낙하했다”며 “오미크론 변이는 파도라기보다 돌발적인 홍수였다”고 분석했다.
급증한 환자 수에 비해 사망자가 많지 않았다는 점은 청신호다. 남아공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 유행 기간 사망자 증가폭이 크지 않았고, 최근 일주일 동안은 ‘미미한’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 초만 해도 하루 500명씩 숨졌지만, 오미크론 변이 확산 시기에는 70명을 넘은 적이 없다. 이날 남아공은 야간 통행 금지 폐지와 무증상 접촉자 격리 면제 등 방역 완화 조치를 내놓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다른 나라들도 남아공과 비슷한 추이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알리 모크다드 미 워싱턴대 교수도 “확진자가 계속 늘면서 내년 1월까지는 힘겨운 시기를 보내겠지만 정점을 지난 이후에는 빠르게 진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