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로 수감 중 자살한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공모한 혐의를 받은 길레인 맥스웰(60)이 유죄 평결을 받았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뉴욕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맥스웰에 대한 재판에서 배심원들은 7개 혐의 가운데 미성년자 성착취 등 5개 혐의에 유죄 평결을 내렸다. 판사가 평결문을 읽는 동안 맥스웰은 무표정으로 앞만 바라보다가 유죄 평결이 내려지자, 앞에 있던 컵에 물을 따라 들이켰다고 한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큰손'이었던 엡스타인과 연인 관계였던 맥스웰은 엡스타인의 미성년자 성착취를 기획한 인물로 알려졌다. 1994년부터 2004년까지 17세 이하의 소녀들을 꾀어 엡스타인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재판에 참석한 한 피해자는 맥스웰이 자신에게 접근해 신뢰를 얻은 뒤 "엡스타인을 마사지하라"고 하는 등 성적인 접촉을 하도록 유도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주범 엡스타인은 플로리다와 뉴욕의 저택과 별장에서 미성년자들과 성매매를 한 혐의로 지난 2019년 7월 6일 체포됐고, 수감 중이던 지난 8월 10일 자살했다.
맥스웰은 자신에게 적용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해왔다. 맥스웰의 변호인 측은 이날 재판에서도 "맥스웰 또한 엡스타인이 벌인 성범죄의 희생양일 뿐이며, 수십 년 전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고소인들의 기억이 부정확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배심원들은 피해자 4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맥스웰이 엡스타인의 성착취 의도를 몰랐을 리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 측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범죄 중의 하나에 대해 유죄를 평결했다"며 "정의로 가는 길은 너무 멀었으나, 오늘 정의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맥스웰 쪽은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맥스웰의 변호인은 "우리는 맥스웰의 무고함을 믿는다"며 "결국은 그가 무죄로 밝혀질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밝혔다.
맥스웰의 유죄 평결에 따라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도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됐다. 앤드루 왕자는 엡스타인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인 버지니아 주프레의 증언을 통해 성폭행범으로 지목된 상태다. 이날 재판에서 배심원단의 신뢰를 얻은 피해자들의 증언은 향후 앤드루 왕자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 앤드루 왕자는 최근 법원에 자신의 성범죄 혐의와 관련된 모든 진술을 비공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