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인텔 낸드 사업 인수 1차 완료... "덩치 커지고 약점 극복"

입력
2021.12.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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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SSD 탑재되는 낸드플래시
인텔 사업부 인수하며 단숨에 2위 올라서
인텔 기업용 SSD 강점 흡수, D램 편중 극복

SK하이닉스가 미국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하는 1단계 절차를 완료했다. 이로써 SK하이닉스는 단숨에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2위로 올라서면서 규모의 경제 구축과 동시에 인텔의 기술력과 영업망을 확보하게 됐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2일 중국 반독점심사 승인을 받은 후 인텔이 보유한 자산을 양수하는 데 필요한 작업을 마쳤다"고 30일 밝혔다.

낸드플래시는 D램과 함께 메모리 반도체를 양분하는 품목으로, D램과 달리 전원이 꺼져도 정보가 저장되는 비휘발성 메모리다. 스마트폰, 서버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등에 탑재되어 데이터 저장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1년 2개월 만에 8개국 심사 승인... 인텔 SSD 사업 양수

지난해 10월 인텔 낸드사업 인수를 결정한 SK하이닉스는 중국을 마지막으로 8개국 반독점 심사에서 모두 승인을 받았다. 이후 SK하이닉스는 총 계약금액 90억 달러(약 10조6,000억 원) 중 70억 달러(약 8조3,000억 원)를 1차로 인텔에 지급하고 인텔의 SSD 사업과 중국 다롄(大连) 팹(Fab) 등을 넘겨받았다.

나머지 20억 달러(약 2조3,000억 원)를 2025년 3월 지급하면 계약은 마무리된다. 이때 낸드플래시 웨이퍼 연구개발(R&D) 및 다롄팹 운영 인력을 비롯한 관련 유·무형자산을 이전받는다.

SK하이닉스는 인텔 SSD 사업을 운영할 미국 신설 자회사의 사명을 ‘솔리다임’으로 정했다. 최고경영자(CEO)에는 롭 크룩 인텔 부사장이 임명될 예정이다.

낸드 2위로 영향력 확대... 인텔 기업용 SSD 강점

이번 인수를 통해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전체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1년 3분기 기준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13.5%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인텔의 시장 점유율은 5.9%로 6위였다. 양사의 점유율을 더하면 19.4%로, 2위인 일본의 키옥시아(19.3%)보다 높다. 삼성전자(34.5%)에 이은 2위 자리로 올라서게 되면서 생산과 판매에 있어 규모의 경제를 갖추게 됐다.

그동안 열세에 있던 낸드플래시의 경쟁력도 높이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가 모바일용 낸드플래시에 강점을 보이는 반면, 인텔은 기업용 SSD에서 업계를 선도하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이 밖에 SK하이닉스의 D램 중심 수익구조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SK하이닉스 매출 중 D램 매출은 70.6%, 낸드플래시가 23.4%였다.

D램처럼 과점 시장 가능성... 공급자 우위 시장 전망

이번 인수로 전체 낸드플래시 시장도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D램의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개 회사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반면 낸드플래시 시장은 6개 사업자가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이에 투자 과열, 가격 경쟁 등 D램 대비 수요자 우위 시장의 특징을 지녀왔다. 일본 키옥시아도 미국의 웨스턴디지털 인수를 추진하고 있어 향후 낸드플래시 시장 역시 3강 1약 체제로 전환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으로 낸드플래시 시장 성장은 모바일이 아닌 서버 응용처를 중심으로 성장이 예상되기에 이번 인수는 SK하이닉스에 긍정적 전력 강화로 평가된다"며 "또 줄어든 공급자의 상대적 교섭력 강화가 예상되면서 업황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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