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찾는 관광객 등에게 환경오염 처리비용의 일부를 부과하는 ‘환경보전기여금’ 도입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된다. 하지만 제주여행 비용 부담 증가에 따른 제주지역 관광업계의 반발과 타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 등으로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29일 제주도에 따르면 위성곤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 서귀포시)이 최근 제주도 내 공항 및 항만 등의 시설을 이용해 입도하는 자에게 환경보전기여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 및 ‘부담금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 주요 내용을 보면 제주도지사는 자연환경의 체계적인 보전 및 관리와 생태계 서비스 증진을 위해 제주도에 있는 공항과 항만을 통해 입도하는 사람에게 1만 원 범위에서 도조례로 정하는 환경보전기여금을 징수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입도세 부과 대상에서 제주도민, 제주도의 외국인 등록대장에 올라 있는 사람, 제주도에 사무소를 둔 행정기관, 교육기관,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또는 법인, 단체의 임직원은 제외하도록 했다.
그동안 제주도 차원에서 제도 도입을 추진했지만 10여년째 제대로 논의조차 못하다가, 이번 의원 발의로 입법화가 추진되면서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제주 환경보전기여금은 오염 원인자 부담 원칙에 근거해 생활폐기물·하수·대기오염·교통혼잡 등을 유발하는 사람에게 처리비용 일부를 부담시키는 제도다. 최근 제주지역에는 관광객 급증으로 생활폐기물과 하수 발생량이 급증하고, 대기오염과 교통혼잡 등으로 환경처리 비용이 계속 늘어남에 따라 환경보전기여금 도입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환경보전기여금 도입 논의는 2013년 한국법제연구원이 제주세계환경수도 조성 지원특별법 연구용역에서 항공(선박) 요금에 일정액을 부과하도록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도가 2018년 한국지방재정학회에 의뢰해 진행한 용역에선 숙박 시 1인당 1,500원, 렌터카 1일 5,000원(승합 1만원, 경차 및 전기차 50% 감면), 전세버스 이용요금 5% 부과 안이 제시됐다. 도는 용역 결과를 토대로 같은 해 12월에 도민설명회를 개최하고 제도 도입을 추진하려 했지만 제주여행 비용 부담 증가에 따른 도내 관광업계의 반발로 설명회조차 열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10월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입법 절차를 거쳐 환경보전기여금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이에 대한 논의를 재개했다. 또 최근 대선 후보 공약에도 환경보전기여금 도입이 잇따라 포함돼 선거 과정에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9월 제주를 찾아 환경보전기여금 도입을 공약하면서, 이의 수익금 중 상당 부분은 ‘제주도민을 위한 기본소득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의당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지난 23일 제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생태계 보전을 위해 2023년 이후 ‘녹색입도세’를 도입을 약속했다.
하지만 환경보전기여금 실제 도입 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우선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큰 피해를 입은 도내 관광업계를 설득하는 작업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국회와 관련 중앙부처 등을 설득하는 과정도 타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 등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사실상 ‘입도세’ 성격의 환경보전기여금 부과에 따른 관광객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위 의원은 “천혜의 환경을 가진 제주를 지켜나가기 위해서 최소한의 책임을 나눠 갖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며 “이번 개정안의 발의를 시작으로 제주 환경보전기여금에 관한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