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의 흐름으로 강화된 해상 환경규제 속에 대체 그린에너지 발굴에 나선 글로벌 해운업계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당장, 그린에너지의 상용화 흐름이 가파르게 진행 중인 환경 규제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가운데 파생될 막대한 비용 부담 등은 예상치 못한 암초로 다가오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짙어진 불확실성은 해운업계의 미래 전략 수립에도 차질을 불러오고 있다.
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국제해사기구(IMO)는 올해 4월부터 선박 탄소배출량을 2008년 대비 30% 감축에 착수한다. 당초 IMO는 2025년 1월까지 30% 감축이 목표였지만, 이를 올 4월로 3년이나 앞당겼다. 유럽연합(EU)도 지난해 7월 발표한 정책인 ‘핏 포 55’에서 2023년부터 역내 항만 기항 선박을 대상으로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를 의무화하기로 한 상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IMO는 탄소 배출이 많은 선박의 운항 자체를 금지할 방침”이라며 “여기에 EU의 조치까지 겹치면서 석유선 비중이 높은 선사를 중심으로 큰 재무적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글로벌 해운선사들은 선박 연료로 석유를 대체할 그린에너지 개발에 올인하고 있다. 하지만 상용화 시기가 환경규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위기감은 커지는 상황이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현재 개발 중인 그린에너지는 크게 메탄올과 암모니아, 수소, 바이오 중유 등이다. 메탄올의 경우 세계 최대 해운선사인 머스크가 지난해 8월,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을 세계 최초로 발주하면서 차세대 선박으로서 가능성을 열었다. 메탄올은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면 탄소배출 저감이 95%까지 가능하다. 다만 메탄올은 산업분야에서 수요가 많다 보니, 선박연료용으로 공급량 확보가 쉽지 않다. 막강한 자금력으로 생산설비 구축까지 나선 머스크를 제외하곤 사실상 다른 선사가 진입하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암모니아의 경우엔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연료로 폭발 위험도 낮아 저장과 운송에서 편리하다. 하지만 일각에선 암모니아는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의 강한 독성 탓에 선박 연료로는 부적합하단 주장도 제기된다. 해상 누출사고가 벌어지면 바다 위에 고립된 선박에서 대형 인명사고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에서다. 독일 선박엔진 제조사인 만(MAN)이 내년까지 암모니아 엔진개발을 완료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기술적 어려움으로 지연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그린에너지로 주목된 수소는 기술적 난제로 상용화 시점조차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에선 HMM(옛 현대상선)이 바이오 중유 개발을 추진 중이다. 앞서 HMM은 지난달 19일 1만3,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급 대형 컨테이너선에서 바이오 중유를 실증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다만 바이오 중유는 동물성 기름과 폐식용유 등을 원료로 만드는 친환경 연료지만 석유도 일부 혼합하기에 탄소 저감효율이 20~50%에 불과하다. 국내에선 이에 다른 대안으로 원자력 추진선 개발에도 나섰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6월 원자력연구원과 소형모듈원전(SMR)을 기반으로 한 원자력 추진선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력의 경우엔 군함이 아닌 상선에 적용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국제기구로부터 승인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해상 환경규제는 턱밑에 와 있는데 대안이 될 대표 그린에너지가 없어, 해운업계가 중장기 전략 수립에 큰 혼란을 겪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