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대 순찰 시스템 이렇게 바꿨더니...출동 27초 '빨라졌네'

입력
2022.01.03 17:10
대구 서부경찰서 서도지구대 경찰관들
순찰차 4대 동시 복귀로 현장 출동 늦자...
2대씩 번갈아 돌아오는 것으로 개선 시도
112 출동 27초 단축...납치사건 신속 해결

지난해 11월 3일 오전 11시 대구 서구 평리동에 위치한 서도지구대에는 ‘한 여성이 폭행을 당하고 차량에 실려 납치된 것 같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예전 같으면 지구대 차량 4대가 모두 복귀한 뒤 주차해 있을 시간이었지만, 당시에는 발생 장소와 가까운 곳에 지구대 차량 2대가 순찰 중이었다. 관할 구역을 돌던 경찰관들은 사건 내용을 전해들은 즉시 현장으로 달려갔고 이내 납치 차량을 발견했다. 출동 후 용의자를 검거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2분. 서도지구대 경찰관들은 이러한 신속한 대응이 다른 지구대처럼 순찰 차량 4대를 일시에 복귀시키지 않고 2대씩 1시간 간격으로 번갈아 들어오도록 개선한 덕분으로 보고 있다.

김진한(58) 대구 서도지구대장은 지난해 6월 부임한 후 직원들과 차량 순찰 방식을 놓고 장시간 머리를 맞댔다. 지구대 차량 4대 전부 동시에 나갔다가 관할 구역을 돌고 약 2시간 뒤 함께 복귀하다 보니 교대해 다시 나갈 때까지 10~15분간 순찰 중인 차량이 한 대도 없어 불안했기 때문이다.

김진한 지구대장은 “경찰차가 지구대에 있을 때보다는 아무래도 순찰을 돌고 있으면 112 신고 때 빨리 대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직원들과 고민하게 됐다”며 “논의 끝에 2대씩 1시간 간격으로 번갈아 나갔다 복귀하기로 하고 일단 6개월만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도지구대는 차량 4대가 동시에 움직이지 않고, 2대씩 1시간 간격으로 순찰하기로 했다. 2대가 먼저 지구대를 떠나고 1시간 뒤 다른 2대가 나가는 방식이다. 복귀도 먼저 나간 2대가 관할 구역을 돌고 들어오면 1시간 뒤 늦게 출발한 다른 2대가 다시 1시간 뒤 지구대로 돌아온다. 먼저 들어온 차량은 지구대에 10~15분 머무르고 다시 나간다. 이러한 방식으로 서도지구대 관할 구역에는 경찰차 2대가 24시간 내내 순찰을 돌고 있다.

순찰 시스템을 바꾸면서 신속한 대응이 이뤄졌다. 자체 조사 결과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무려 27초 단축됐다. 촌각을 다투는 지구대 입장에선 큰 성과였다. 실제 대형 사고로 일어날 뻔한 일을 빠르게 처리한 적도 많았다. 지난해 7월 14일 오전 2시, 지구대로 ‘가스 냄새가 난다’는 112 신고가 들어왔을 때였다. 마침 현장 가까이에 지구대 차량 2대가 순찰을 돌고 있었다. 소방차량보다 더 빨리 발생 장소에 도착한 경찰관들은 골목에 나뒹굴고 있는 액화석유가스(LPG)통을 발견했다. 한숨을 돌리던 찰나, 근처에서 한 남성이 담뱃불을 붙이려 하고 있었다. 경찰관들은 몸을 던져 남성을 제지했다. 단 몇 초만 늦었다면 대형 폭발 사고로 이어질 아찔한 순간 이었다.

김진한 서도지구대장은 “예전처럼 지구대로 모두 복귀한 상태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했더라면 막기 어려웠을 것이다”며 “1분 1초로 생사가 바뀔 수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고 말했다.

출동 시간을 크게 앞당긴 서도지구대는 지난달 10일 대구 62개 지구대와 파출소 가운데 베스트지구대로 선정됐다.

김 지구대장은 "사소한 발상일 수 있지만 큰 효과를 얻어 직원 모두 만족해 한다"며 "앞으로도 더 좋은 방식을 연구하고 시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은 대구한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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