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서 바람 탄 '안철수 변수'

입력
2021.12.28 18:0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선택이 이번 대선에서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박빙의 경쟁을 벌이면서 안 후보의 단일화 선택 여부가 대선 승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윤 후보에게 실망한 야권의 젊은 층이 안 후보로 이동하는 조짐이 나타나는 것도 안 후보의 몸값을 키우는 요인이다.

□ 2012년과 2017년 대선 때도 안 후보의 선택은 대선의 주요 변수였다. 2012년 당시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를 시도한 뒤 후보에서 물러나며 실패를 맛봤던 그는 2017년엔 대선을 완주했으나 21.41%의 득표율로 3위에 그쳤다. 안 후보는 당시 “‘연대’ 말고 ‘고대’로 가겠다”는 아재 개그를 선보이며 독자 노선을 강조했으나 이 역시 성공하지 못했다.

□ 역사에서 가정이 무의미하지만 2012년과 2017년 모두 안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됐다면 대선 결과가 달라졌을지 모른다. 제3지대의 안 후보가 아무래도 양당에 불만을 가진 중도 부동층을 흡수할 여지가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일화 경선에선 고정 지지층과 조직을 가진 후보를 이기기 어려운 게 안 후보가 늘 처하는 딜레마다. 이번에도 안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되면 정권교체 가능성이 더 커지겠지만 윤석열 후보와의 경선에서 이길 가능성은 희박하다.

□ 안 후보에게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 안 후보를 재평가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특히 어느 후보에게도 마음을 주지 못하는 MZ세대에게 안 후보가 대안으로 떠오를 여지가 상당해 보인다. 실제 5%를 밑돌던 안 후보 지지율이 최근 7~8%대로 고개를 든 것도 20대 지지율이 약진했기 때문이다. 27일 공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서 안 후보는 20대에서 16.4%의 지지율로 윤석열(25.2%) 이재명(23.3%) 후보와 함께 3강을 형성한 모습이다. 올 들어 이준석 바람과 홍준표 바람을 잇따라 일으키며 기성 정치권에 충격을 줬던 MZ세대가 본격적으로 안 후보를 민다면 이번 대선은 또 다른 의미에서 역대급의 롤러코스터 대선이 될지도 모르겠다.

송용창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