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매직' 인도네시아 축구 새 역사 쓰나

입력
2021.12.2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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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 이끄는 인니 대표팀
싱가포르 꺾고 스즈키컵 결승 진출
"신 감독이 우릴 결승으로 이끌었다"

신태용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동남아 축구 강호 싱가포르를 꺾고 인도네시아를 스즈키컵 결승으로 이끌었다. 스즈키컵은 동남아의 축구 월드컵으로 불리는 대회다. 우승 트로피마저 거머쥘 경우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 축구의 새 역사를 쓰게 된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64위 인도네시아는 25일 싱가포르 칼랑 국립 경기장에서 열린 2020 아세안축구연맹(AFF) 챔피언십(스즈키컵) 준결승 2차전 싱가포르(160위)와 경기에서 4-2로 이겼다. 1차전에서 1-1로 비겼던 인도네시아는 1ㆍ2차전 합계 5-3으로 승리해 결승에 올랐다.

인도네시아는 전반 11분 에즈라 왈리안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다. 위탄 술레이만이 상대 수비수들을 제치고 페널티 지역 오른쪽으로 침투해 패스를 내줬고 왈리안이 골로 연결했다.

하지만 이 대회 역대 4회 우승팀 싱가포르의 반격은 만만치 않았다. 전반 추가 시간과 후반 22부 사푸완 바하루딘과 이르판 판디가 각각 퇴장을 당해 수적 열세에 놓였지만 공격의 끈을 놓지 않았다. 전반 추가시간 한국 출신의 귀화 선수 송의영의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다. 후반 29분에는 술라이만이 역전골을 터트려 2-1을 만들었다.

하지만 승리는 인도네시아의 차지였다. 인도네시아 프라타마 아르한은 후반 42분 동점골을 터뜨리며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고 수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2점 차 승리를 완성했다. 연장 전반 1분 싱가포르 샤왈 아누아르의 자책골로 리드를 되찾은 뒤 에기 마울라나의 쐐기포까지 나왔다. 싱가포르는 연장 후반 14분 골키퍼 하산 수니마저 다이렉트 퇴장을 당하는 등 모두 3명이 퇴장당해 8명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객관적으로 열세였던 상황에서 인도네시아가 결승에 진출하면서 현지에선 신태용 감독의 용병술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신 감독은 2019년 12월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에 부임했다. 스즈키컵은 격년제로 열리지만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열리지 못했다. 신 감독은 자신의 첫 스즈키컵에서 우승후보들을 차례로 꺾고 결승전에 오르며 '축구 한류'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스타급 스트라이커 없이도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많은 18골을 몰아넣으며 화끈한 공격축구를 선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그동안 스즈키컵에서 5차례 준우승을 했지만 우승은 한번도 하지 못했다. 인도네시아 축구협회는 공식 인스타그램에 "우리 감독님이 인도네시아를 결승으로 이끌었다"고 적었다. 현지 축구 팬들은 "선수들을 비상하게 만들어 준 신태용 감독님 감사합니다" "결승전 결과와 상관없이 신태용 감독을 붙잡아야 한다"고 댓글을 달았다. 인도네시아 현지 매체 덴파사르는 "신태용 감독이 인도네시아 국민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줬다"고 찬사를 보냈다. 스즈키컵 결승전은 오는 29일(현지시간)과 내년 1월 1일 열린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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