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의 도움으로 탄도미사일을 제조한 정황이 포착됐다. 중동 내 전략적 동맹인 사우디의 ‘변심’에 중동에서의 미국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게 됐다. 이란과의 핵 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복수의 소식통과 위성사진을 토대로 사우디가 최소 한 곳 이상의 장소에서 탄도미사일을 자체 제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자체적으로 탄도미사일을 생산한 적이 없다.
상업위성이미지업체 플래닛이 지난 10월 26일과 11월 9일 사이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사우디 중부 알 다와드미의 한 시험장에서 탄도미사일 생산과 관련한 엔진 연소 실험이 이뤄진 징후가 포착됐다. 이를 분석한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문제연구소 교수는 "해당 시설이 탄도미사일 생산에 필요한 고체연료 잔여물 처리용 연소실험 설비를 작동시켰다는 핵심 증거"라고 말했다.
사우디의 탄도미사일 개발 배후에는 중국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CNN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미 정보당국이 2년 전부터 사우디와 중국 간 대규모 탄도미사일 기술 이전 관련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 정보를 수집해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는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의 탄도미사일 개발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1987년 체결된 미사일 기술 통제 체제에 따라 사우디에 탄도미사일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사우디는 중국으로부터 탄도미사일을 구매해왔다. CNN은 "사우디가 미국의 경쟁국인 중국과 손잡고 긴밀한 군사정보를 주고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중동 내 미국의 위상에 흠집을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동 정세도 요동칠 것으로 우려된다.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는 시아파 맹주 이란과 날 선 대립을 이어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사우디의 탄도미사일 개발은 이란을 자극해 양측의 미사일 개발 경쟁에 불이 붙을 수 있다. 양측의 군비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이란과의 핵 협상에서 미국이 내세울 명분이 약해질 수 있다. CNN은 "사우디의 이러한 행보는 중동지역 미사일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중동 정세뿐 아니라 미·중 관계가 복잡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우선 사우디에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전하는 데 관여한 중국 기관들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사우디의 자체 제작 탄도미사일의 사정거리, 폭발력 등 핵심 정보는 거의 알려진 바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