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근로자의 사업장 이동을 금지하는 고용허가제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외국인근로자 A씨 등 5명이 외국인근로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 25조 1항 등에 대해 청구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7(기각)대 2(위헌) 의견으로 기각 결정했다.
캄보디아와 몽골 등에서 입국한 이들 5명은 사용자의 일방적 근무시간 변경과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협박성 발언을 견디지 못하고 사업장 변경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행 외국인고용법은 '사용자의 근로조건 위반 또는 부당한 처우 등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인해 사회통념상 그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근로를 계속할 수 없게 됐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에 한해 외국인근로자가 다른 사업장으로 변경 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고시에선 이와 관련해 급여와 부당 처우 등 사업장 변경이 가능한 구체적 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헌재는 "외국인근로자의 자유로운 사업장 변경 신청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고용허가제 존속을 위해 필요한 제한으로, 명백히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며 "외국인근로자 권익보호협의회를 통해 사업장 변경을 허용할 수 있는 제도도 갖춰져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석태·김기영 재판관은 위헌 의견을 제시하면서 "고시 조항의 사유는 더럽거나 위험한 작업환경, 높은 노동강도, 사용자의 반복적인 부당한 업무지시 등을 거의 포함하지 않고 있다"며 "사업장 변경 사유로 정하고 있는 근로조건 위반이나 부당한 처우만으로는 직장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기에 현저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A씨 측 법률대리인단에 참여한 박영아 공감 변호사는 선고 직후 "헌재가 한국의 가장 열악한 일자리에서 가장 열악한 일을 하며, 사업장이라도 옮기게 해달라는 이주노동자의 외침을 외면했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