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로 한 해임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 후 복직하기로 한 구본환 제8대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정부와 인천공항공사에 서운함을 토로했다. 정부 지시에 따라 추진하다 일어난 일로 자신이 해임됐고, 해임 처분에 대해 법원이 부당하다고 판결했지만, 어느 누구 하나 손 내미는 이가 없다는 것이다.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에게는 사과를 요구했다.
구 사장은 23일 오후 서울역 인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인국공 사태에 대해 "작년 6월 정부가 갑작스럽게 직고용(하겠다고) 발표하라고 지시해 (내가 앞에) 나가서 (발표)했을 뿐"이라며 "김현미 장관 정도는 사과를 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수요일(작년 6월 17일)에 갑자기 다음 주 월요일(22일)에 직고용 방안을 발표하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며 "임원들과 상의했더니 '큰일 날 소리다'라고 해서 제가 '시간을 갖고 검토할 기회를 달라'고 건의했지만 (받아들이지 않고) '발표하라'고만 했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 직원들이 (직고용) 발표장(으로) 몰려와 난리를 치고 그 와중에 제가 쓰러져 허리, 다리 등을 다쳤는데 지금도 다 안 나았다"며 "정부가 하라 해서 했는데 저를 9월에 해임해버리고 국토교통부에서 감사를 한답시고 영장도 없이 영종도 사택에 불법으로 들어와 뒤지고 했지만 사과와 반성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을 털어놓은 데 대해 구 사장은 "(공정 논란을 촉발한 인국공 사태의) 희생양으로 꼬리 자르기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끝까지 인국공 사태 멍에를 씌운다면 누명을 벗기 위해서도 (사실을) 밝힐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구 사장은 또 김경욱 사장과 공사에 대해서는 서운함을 표시했다. 그는 "(이달 7일 해임 처분 집행정지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돼) 8일부로 복귀한 지 2주나 됐는데 (사장 권한 회복이) 진척이 안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금이라도 (사장) 직무를 배분해주고 합의제 의사 결정 기구인 이사회에 참석하게 해주는 것 정도를 바란다"고 밝혔다.
구 사장에 따르면 그는 현재 광역명 부근에 사무실을 알아보는 것 외에는 공사 출입증도 없고, 인트라넷에 접근도 할 수 없는 상태다. 그는 "식물 CEO보다 더한 문전박대"라며 서운함을 표시했다. 그는 "김 사장이 (저에 대해) 리더십을 상실한 사람이라고 했는데,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았다"며 "민감할 때 말 한마디 조심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희정 부사장 등 공사 경영진 6명은 전날 '구본환 사장에게 드리는 건의문'을 통해 "1심 승소로 (구 사장의) 명예가 회복된 것은 다행이나 조직이 다시 혼란스러워져서는 안 된다. 김경욱 사장을 중심으로 차질 없이 공항 운영과 공사 경영을 해나갈 것을 분명히 한다"며 구 사장의 경영 참여에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구 사장은 지난달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을 상대로 한 해임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하고 이달 초 해임 처분 집행정지 신청도 법원에서 인용돼 사실상 복직된 상태다. 구 사장이 승소 후 김 사장과 직무를 나눠 사장직을 수행하는 '각자 대표' 체제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한 지붕 두 사장'이 현실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