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부문 후보 10종의 책을 두고 이뤄진 심사는 좋은 출판의 다양한 기준 중 지금 더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달라지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해 보는 시간이었다. 시의성 및 화제성 있는 기획과 독자를 찾기 위한 노력보다는 뚝심 있는 기획, 꼼꼼한 편집,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에 투자하는 출판사의 장기적 안목이 더 많은 표를 얻은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근 3년에 걸쳐 12권으로 완간된 '북클럽 자본' 시리즈, '한반도 바닷물고기 세밀화 대도감',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 등 물리적으로 큰 책들이 최종적으로 경합했다. 특히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는 아마추어 연구자들(식물 애호가들)이 수년간 힘을 모아 만든, 연구자와 일반 독자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대작이어서 마지막까지 심사위원들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먼저 '한반도 바닷물고기 세밀화 대도감'은 꾸준히 우리 동식물 세밀화 책을 출간해 온 보리출판사의 책이다. 가로 24.2㎝, 세로 35㎝의 방대한 크기에 820쪽 분량으로 우리 바다에 사는 어류 528종을 담아낸 이 책은 가장 최근의 분류학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가장 최근의 생태학적 발견들을 포함시키고자 추가 감수를 거쳤다. 15년간 꾸준히 이 작업이 지속될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동력은 (글과 그림) 저자들의 헌신이었겠지만, 세밀화 출판 작업을 중요한 과제로 합의하고 지속해 온 출판사의 역할을 과소평가할 수 없으리라. 특히 판면의 미세한 요소 하나하나가 최적의 안정감을 주어 다년간 쌓아온 공력이 이런 것이구나 느낄 수 있었다.
'북클럽 자본'은 독자들과 함께 읽고, 독자들이 끝내 읽어내게 돕겠다는 의지를 담은 기획이었기에 '북클럽 자본'이라는 제목이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이 정확하게 느껴진다. 본문 폰트와 판면, 디자인, 박스까지 기획 초기부터 디자인적인 고민이 함께했다는 점도 인상적이고, 또 출간 후 전국의 동네 책방들과 협업해 독서 모임을 진행한 점도 의미 있는 시도였다.
이 방대한 책을 내는 과정에 협업한 수많은 사람들의 수많은 노고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