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 코스피 '대장'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앞세워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는 반면, 한때 100만 원을 웃돌던 2차전지 대장주 LG화학은 연일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우며 내리막을 걷고 있다.
22일 삼성전자는 이틀 연속 상승하며 1.66% 오른 7만9,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5월 21일(8만100원) 이후 반납한 '8만전자' 탈환에는 실패했지만, 이달 들어서만 11% 넘게 상승한 결과에 투자자들은 환호했다.
시가총액 2위 SK하이닉스도 전날에 이어 2.01% 상승한 12만7,000원에 마감, 5월 10일(13만 원) 이후 무려 7개월 만에 13만 원 고지를 눈앞에 두게 됐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이 예상을 웃도는 실적 발표에 21일(현지시간) 10.54% 급등한 영향이 국내 반도체 주가에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반도체 양대산맥의 선전으로 코스피도 0.32% 오른 2,984.48로 마감, 이틀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반면 LG화학 주주들은 '울고 싶어라'를 외친 하루를 보냈다. LG화학은 전날보다 2.65% 내린 62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62만2,000원까지 하락하는 등 3거래일 연속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올해 초 기록한 고점(105만 원) 대비 40%가 넘게 떨어진 결과로, 이달 들어서만 주가가 10%가 넘게 하락했다.
최근 2차전지주 업종이 전반적인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LG화학에서 물적분할해 내년 1월 상장을 앞둔 LG에너지솔루션 여파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부터 LG화학 주가를 끌어올려온 2차전지 사업이 독립하면서 투자자들이 기존 LG화학에서 대거 발을 빼고 있다는 것이다. 불과 한 달여 전 LG화학의 목표주가를 110만~120만 원까지 내다봤던 증권가도 사실상 반토막 난 주가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편 연초까지 코스피 활황을 주도했던 개인 투자자들의 화력이 하반기 이후 급속히 꺼지면서 증시가 박스권 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연초 이후 고점 부근에서 매수에 나선 투자자들의 경우 여전히 손실 구간인 점 역시 개인의 모멘텀 상승을 기대하기 힘든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날 신한금융투자는 "하반기 들어 개인의 매매 패턴이 하락 시 매수, 상승 시 매도의 박스권 매매 패턴을 보이는 식"이라며 "개인 수급이 하단을 지지하는 성격으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KB증권도 "연말을 앞둔 관망세와 수급 약화로 박스권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