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공지능(AI), 5·6세대(5·6G) 이동통신, 반도체 등 10개 기술을 '국가 필수전략기술'로 선정했다. 미래 첨단산업으로 꼽히는 이 기술들은 국가 흥망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만큼 국가적 역량을 쏟아부어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장관급 중앙행정기관 '국가필수전략기술 특별위원회'도 신설한다.
정부는 22일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국가 필수전략기술 선정 및 육성·보호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AI △5G·6G △첨단바이오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수소 △첨단로봇·제조 △양자 △우주·항공 △사이버보안을 글로벌 기술패권 관점에서 집중 육성·보호해야 할 '국가 필수전략기술'로 선정했다.
정부가 이런 조치에 나선 건 미래 첨단산업을 둘러싼 국가 간 기술패권 경쟁이 날로 격화하고 있어서다. 첨단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국가는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령 미중 간 패권 경쟁을 촉발한 '반도체'는 우리나라 수출의 20%를 책임지는 주력산업인데, 지금 수준에 안주해 자칫 경쟁력을 잃기라도 하면 우리의 경제 안보는 바로 휘청이게 된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더구나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이 이미 10개 내외의 전략기술을 선정해 국가 역량을 집중하는 체계를 갖춘 점을 고려할 때 업계에선 오히려 정부 조치가 다소 늦은 감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10개 기술 중 반도체, 이차전지, 5G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추격자 위치로 기술력이 최고 기술국에 견줘 60~90% 수준인데, 이를 2030년까지 9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게 정부 목표다. 정부 관계자는 "치열한 경쟁구도에서 주도권과 협상력을 갖기 위해선 상대국이 필요로 하는 전략기술 분야의 기술력 확보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전방위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이들 10개 기술에 대한 올해 정부의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는 2조7,000억 원 수준인데, 이를 내년 3조3,000억 원으로 올리는 등 매년 지속 확대한다. 또 이번 계획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도록 장관급 행정기관인 '국가필수전략기술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국가필수전략기술 육성에 관한 법률'도 제정해 세제 혜택 등 각종 지원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번 전략을 통해 미래 국익을 좌우할 필수전략기술 분야에 국가역량을 결집, 대체 불가한 독보적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