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또 한 번 크게 뛴다. 개별주택가격의 기준이 되는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이 올해 6.80% 올랐는데, 내년에는 7.36%로 상승률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서울도 올해 10.42%에서 10.56%로 오름폭이 확대됐고 고가 주택이 밀집한 △서초구 △강남구 △송파구 △마포구는 나란히 12%대 상승이 예상된다. 도봉구는 5.71%로 상승폭이 가장 작다.
표준지 공시가격 변동률은 내년 10.16%로 올해(10.35%)보다 상승폭이 소폭 줄어도 여전히 10%대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역대급'으로 공시가격이 오르면서 보유세 부담도 커지게 됐다. 정부는 실수요자의 조세 저항을 막기 위해 세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해 내년 3월에 발표할 예정이다. 완화 대상이 1주택자로 한정된다면 다주택자들은 내년에 급등한 공시가격만큼 '보유세 폭탄'을 맞게 될 수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내년 1월 1일 기준 전국의 표준지 54만 필지, 표준단독주택 24만 가구의 공시가격안을 이처럼 제시하고 소유자 열람 및 의견 청취를 23일부터 내년 1월 11일까지 진행한다고 22일 밝혔다.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이 확정되면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기준으로 개별주택가격을 산정한다.
내년 전국 평균 상승률인 7.36%는 주택가격 공시를 처음 도입한 2005년 이래 역대 두 번째로 높다. 가장 많이 올랐던 시기는 2019년(9.13%)이다. 시도별 내년 상승률은 △서울 10.56% △부산 8.96% △제주 8.15% △대구 7.53% 순이다. △광주(7.24%) △세종(6.69%) △전남(5.86%)은 올해보다 오름폭이 줄었다.
전반적으로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올해보다 커진 것은 집값 상승에 더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까지 높아졌기 때문이다. 올해 55.8%인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내년에 2.1%포인트 늘어난 57.9%로 상향된다.
내년 시세 9억 원 미만 표준단독주택(22만2,853가구) 변동률은 5.06%, 9억~15억 원 주택(1만2,239가구)은 10.34%, 15억 원 이상 주택(4,908가구)은 12.02%로 나타났다. 가격 구간별로 7~15년에 걸쳐 시세의 90%까지 공시가격을 현실화한다는 계획에 따라 고가 주택일수록 오름폭이 빨라지는 셈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표준단독주택 가운데 가장 비싼 이명희 신세계 회장 소유의 서울 한남동 자택 공시가격은 올해 295억3,000만 원에서 내년에 5.32% 올라 311억 원이 된다. 1주택자이고 세액공제가 없는 것으로 가정해 대략적으로 계산한 해당 주택 보유세는 올해 8억6,800만 원에서 내년에 9억7,294만 원으로 12.09% 상승한다.
전체 표준단독주택의 약 97.8%는 재산세 특례세율(0.05%포인트 인하)을 적용받는 공시가격 9억 원 이하로 조사됐다. 아울러 올해 종합부동산세법 기본공제액이 9억 원에서 11억 원으로 상향 조정되며 전체 표준주택의 98.5%는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내년도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률은 △서울(11.21%) △세종(10.76%) △대구(10.56%) △부산(10.40%) 순으로 높지만 대부분 지역에서 올해보다는 변동률이 줄었다. 표준지 공시지가 현실화율은 71.4%로, 올해(68.4%)보다 3%포인트 올랐다.
국토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을 고수하면서도, 1가구 1주택 실수요자의 세부담 완화 방안을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 공시가격 현실화로 세부담이 증가해서는 안 된다는 점과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워진 경제 여건을 감안한 조치다.
정부가 검토하는 세부담 완화 방안은 보유세 부담 상한 조정, 내년 보유세 산정 시 올해 공시가격 활용, 고령자 종부세 납부 유예, 건강보험료 지역가입자 재산가액 산정 시 부채 일부 공제, 피부양탈락 시 보험료 감면 등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보유세 부담 완화는 1주택 보유 서민·중산층의 세부담을 일정 부분 완화해주는 보완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