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맨부커상을 받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내년에 연극으로 만날 수 있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멈췄던 국립극단과 벨기에 리에주극장의 공동제작사업이 재개하면서다. 국립극단은 내년에 이 같은 국제 교류 사업 외에도 기후위기, 증강현실(AR) 등 동시대적 소재를 다룬 신작들도 선보일 계획이다.
국립극단은 2022년 총 18개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고 22일 밝혔다. 우선 원작소설과 동명인 '채식주의자'가 9월 세계 초연으로 한국 관객을 만난다. 벨기에 배우이자 연출가인 셀마 알루이가 각색과 연출을 담당하고, 한국 배우와 양국의 창작진이 참여하는 작업으로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2020년 초연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약 2년간 미뤄졌다. 극단 관계자는 "현재 각색은 마무리됐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본격적으로 양국 협업이 필요한 나머지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국 공연이 마무리된 후 내년 12월에는 리에주극장에서도 막을 올린다.
새해 첫 공연은 2월 말에 개막하는 '엔젤스 인 아메리카-파트 투: 페레스트로이카'이다. 4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과 정치, 성소수자, 인종, 종교 등 한국 사회에도 유효한 화두를 던졌던 '엔젤스 인 아메리카-파트 원: 밀레니엄이 다가온다'의 후속 공연이다. 김광보 국립극단 예술감독도 3년 만에 연출로서 조지 버나드 쇼 원작의 '세인트 죠운'(10월)을 준비하고 있다. 해외 현대희곡 작품으로는 페미니즘 담론을 담은 수전 손택 원작의 '앨리스 인 베드'를 8~9월에 선보인다. 또 유쾌하지만 신랄한 인물 묘사로 호평받은 국립극단 레퍼토리 '스카팽'(11~12월)도 다시 한번 무대에 오른다.
올해 작품 개발 사업인 '창작공감'을 통해 만들어진 신작도 공개한다. 연출가 강보름, 김미란, 이진엽과 작가 김도영, 배해률, 신해연이 각각 참여한 6개 작품은 3월과 4월 두 달간 공연된다. 이들은 장애와 기후위기 등 다양한 소재를 연극으로 풀어냈다. 5월에는 다큐멘터리 연극을 선보여 온 전윤환 연출이 신작 '기후비상사태: 리허설'로 명동예술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공연을 만들고, 홍보하고, 관람하기까지 발생하는 수많은 탄소발자국을 관객과 함께 점검하고 고민하는 시간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