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삼성전자 스마트폰 전략은 주로 고가 사양의 프리미엄 라인업에 치중됐다. 기술적인 리더십을 주도하면서 라이벌인 애플의 핵심 제품군과 동일한 지대에서 진검승부도 피하지 않겠다는 계산도 고려된 행보였다. 그랬던 삼성전자가 내년부터 주력 제품군의 전선을 기존 프리미엄 사양에서부터 보급형인 중저가 라인업까지 확대할 조짐이다. 중국 업체에 밀리면서 고전 중인 중저가 시장에서의 점유율 회복을 노리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근 한종희 DX(디바이스 경험) 부문장(부회장) 직속의 중국 사업팀까지 신설, 현지 시장 공략의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기존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공격적인 라인업을 유지, 애플 견제도 지속해 나갈 방침이다.
20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음 달 5일 열릴 소비자가전박람회인 'CES 2022'에서 신작 갤럭시S21 팬에디션(FE) 모델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FE 모델은 연초 출시한 갤럭시S 모델의 기능과 디자인은 유지하면서 일부 부품 사양을 낮춰 가격 부담을 줄인 보급형 제품이다. 그동안 FE 모델은 매년 하반기에 출시됐지만 올해는 반도체 부품 공급난으로 출시 시점이 미뤄졌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1 FE로 '가성비'에 민감한 유럽 소비자를 공략할 방침이다. 갤럭시S21 FE는 갤럭시S21과 같은 퀄컴 스냅드래곤 888 칩셋을 갖추고, 8기가바이트(GB)램을 지원하면서도 가격은 20만~30만 원가량 저렴한 80만 원대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유럽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이 5.4%포인트 하락한 30.4%에 머물렀다. 1위 자리는 지켰지만 중저가폰으로 영향력을 확대 중인 중국 샤오미에 쫓기는 형국이다. 샤오미의 3분기 유럽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8.1%포인트 상승한 23.6%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또 중저가 라인업인 갤럭시A 시리즈 역시 강화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갤럭시S 시리즈 위주로 적용되던 △등급 방수·방진 △고성능 카메라 △대용량 배터리 △스테레오 스피커 등을 A시리즈로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자사 5세대(5G) 통신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저렴한 모델인 '갤럭시A13 5G'(249.99달러)를 미국에 출시한 데 이어 다음 달에는 159달러(약 19만 원)짜리 초저가 롱텀에볼루션(LTE) 제품 '갤럭시A03s'도 선보인다.
프리미엄 제품도 대기 상태다. 주력은 내년 2월, 차세대 플래그십 모델로 공개 예정인 '갤럭시S22' 제품이다. 부품 업계에선 갤럭시S22가 기본·플러스·울트라 등 3개 모델로 선보일 예정인 가운데 화면 크기는 기본 6.1인치, 플러스 6.6인치, 울트라 6.8인치로 예상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2200과 퀄컴 스냅드래곤 898 등 최신 칩셋에, 1억800만 화소의 렌즈와 최신 고화질 이미지센서 등도 지원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중 갤럭시S22 울트라 모델의 경우엔 제품 내부에 스타일러스펜(S펜)도 내장할 수 있게 설계,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대체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에 갤럭시S22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을 견제할 무기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판매 대수로는 1위이지만 판매 금액 측면에선 애플의 절반에 그친다. 애플은 수익성 좋은 아이폰 덕분에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70%를 독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2를 앞세워 아이폰13의 신작 효과가 떨어질 것으로 점쳐진 내년 1~2분기 프리미엄 시장에서 선전을 노리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중저가에선 샤오미에게 쫓기고 고가에서는 애플에 밀리는 상황"이라며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전체 라인업을 재정비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