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치러진 홍콩 입법회(우리의 국회) 의원 선거에서 역대 최저 투표율이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 당국은 선거 당일까지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을 외치며 투표를 독려했지만, 유권자들은 ‘관제 선거’를 주장하며 투표 보이콧에 대거 동참했다.
홍콩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630여 개 투표소에서 입법회 의원 90명을 선출하는 선거를 개시했다. 입법회 선거는 당초 지난해 9월 치러질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을 이유로 연기됐다. 그 사이 중국은 '홍콩 선거제도 완비에 관한 결의안'을 통해 사전 심사를 거친 후보자만 선거에 나갈 수 있도록 선거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입후보자 153명 가운데 '중도' 성향인 10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친중 인사로 채워졌다. 제1야당인 민주당에선 후보가 나오지 않았다. 직접 선거로 치러졌던 기존 35개 지역 선거구 의석도 이번 선거에서는 20석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홍콩 당국은 선거 당일 대중교통 요금까지 면제하며 투표 독려에 나섰지만, 오히려 '보이콧' 운동을 막느라 애를 먹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당국은 투표소 근처에 있는 유권자의 복장에 쓰여 있는 구호가 "민감하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가리기 위한 덮개를 제공하기로 했고, 경우에 따라 투표소에서 퇴거 명령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선거를 앞두고 시민들에게 '백지 투표'를 선동한 10여 명도 경찰에 체포됐다. 홍콩 인권운동가인 서니 청은 AFP통신에 "홍콩인들은 (중국의) 권위주의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며 보이콧을 독려했다.
이반 초이 홍콩중문대 교수는 홍콩명보에 여론조사 결과 등을 근거로 시민들의 무관심 속에 투표율이 27% 정도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2016년 치러진 입법회 선거 투표율은 58.3%였으며, 2019년 범민주진영이 압승한 구의원 선거는 71.2%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장 피에르 차베스탄 홍콩 침례대 교수도 "이번 선거에서 (중국) 정부의 목표는 당연히 높은 투표율을 지키는 것이겠지만, (오히려 이런 목표가) 이번 선거의 정당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지 매체들은 투표가 시작된 지 4시간이 지난 이날 12시 30분 기준 투표율이 9.35%(41만8,061명)라고 전했다. 2016년 같은 시간 투표율은 11.05%였다. 최종 투표율은 20일 오전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