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은? 시급은? 거리두기로 '텅 빈 식당' 사장님·알바생 모두 난감

입력
2021.12.1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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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시간 밤 9시, 모임 4인 제한에 매출 급감 
근무시간 단축… 아예 '탄력근무' 조건 계약도
연말 특수 사라져 서울 도심 식당가도 한산

사회적 거리두기 재개 이후 첫 일요일인 19일 서울 도심은 '송년 시즌'이 무색하게 한산한 분위기였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시행 두 달도 안 돼 멈춰서자 자영업자와 아르바이트생은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영업시간(밤 9시) 및 모임인원(4명) 제한으로 당초 기대했던 연말 특수는커녕 직원 감축이나 근무시간 단축이 불가피해진 탓이다.

인원 줄이고 근무시간 줄이고

강서구 화곡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강모(30)씨는 이날 "오후 6시부터 밤12시까지 저녁장사를 함께 하던 아르바이트생의 근무시간이 당장 밤 9시까지로 3시간이나 줄어들었다"면서 "정부의 위드 코로나 조치를 믿고 채용한 직원의 업무시간도 짧게 조정해야 했다. 다들 이해해주지만 무척 미안하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31)씨도 "술집은 밤 장사인데, 영업시간이 줄어들어 일반 음식점에 비해 타격이 크다"면서 "33개 테이블에 손님을 받으려면 6~7명이 일해야 하는데 지금은 나를 포함해 3명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생도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마포구 음식점에서 일하는 이모(55)씨는 "영업시간 제한에 따라 근무시간이 절반으로 줄었다"면서 "회사원이라면 좋아하겠지만 시급으로 돈을 받는 우리같은 사람들은 생계비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라고 토로했다. 양모(22)씨는 "예전에는 아르바이트로도 생활이 됐는데, 근무 시간이 자꾸 바뀌다보니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공장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방역지침 변동에 아예 '근로 시간이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내용의 '탄력근로'를 아르바이트 계약서에 명시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서대문구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는 한모(23)씨는 "계약서를 작성하는데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는 문구가 있었다"면서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나 더 구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강서구 마곡동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김모(49)씨도 "최근 채용하는 아르바이트생과는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근로계약을 맺고 있다"면서 "방역지침이 언제 바뀔지 몰라 아르바이트 시간을 줄이거나 늘여야 할 경우를 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 특수 실종" 빈 테이블만

연말 주말이었지만 이날 둘러본 서울 주요 식당가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강서구 곱창전문점에서 일하는 한모(61)씨는 점심시간인데도 손님이 한 명도 없어 빈 테이블과 유리창을 닦고 있었다. 그는 "원래 주말 이 시간이면 친구, 친척 모임으로 테이블을 서너 개씩 붙이고 10팀은 받았어야 하는데 이렇게 텅 비었다"면서 "어제도 지난주와 비교해서 손님이 반 정도로 줄었다"고 말했다. 다른 고깃집 매니저 김모(28)씨도 "위드 코로나 하면서 매출이 이전 대비 1.8배까지 올랐는데, 어제 거리두기를 시작하자마자 매출이 다시 반토막 났다"며 "영업시간이 밤 10시까지만 됐어도 술 마시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왔을지 모르겠는데 이제는 술 손님은 아예 못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영업시간을 앞당기는 등 궁여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인천 서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김모(35)씨는 "원래 오후 5시에 문을 열었는데 영업 개시를 30분 앞당겼다"면서 "손님들이 더 올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일찍 문을 열어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영등포구 여의도 소재 음식집도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책으로 2명 단위 예약을 취소하고 4명 예약을 받고 있다.

원다라 기자
나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