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룡 OTT 넷플릭스의 견고한 아성 앞에서 국내 토종 OTT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중이다. 디즈니플러스와 애플티비플러스의 상륙에도 하반기 오리지널 시리즈의 흥행으로 '전화위복'에 성공한 국내 OTT들이다.
넷플릭스는 올해 두 번의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 1월 이용자 수 899만 명으로 최고 기록을 세웠으나 상승세는 곧 멈췄다. 당초 업계가 예상했던 620만 명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을 기록하면서 1월 이후 하락세를 보였다. 분기 신규 가입자 수도 큰 폭으로 줄었다.
넷플릭스의 위기라는 말이 슬슬 나올 때 'D.P.'와 '오징어 게임'의 흥행은 그야말로 신드롬을 양산했다. '오징어 게임'이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지난 9월 넷플릭스 월간활성이용자(MAU)는 948만 명을 기록했다.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 기록이다. 당시 주말 이용자만 무려 350만 명에 달했다.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에서 1억 4,000만 가구 이상이 시청하면서 넷플릭스가 제작한 역대 오리지널 작품 가운데 가장 많은 시청자를 불러 모았다. 외신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오징어 게임'의 수익은 약 1조 670억 원을 웃돈다.
이후에도 넷플릭스는 '마이네임' '지옥' 등 신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공개하면서 인기를 이어갔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확대 방침이 발표되면서 기존 이용자 수 유치와 신규 가입자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다가오는 연말, 공개를 앞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작품들도 이용자들의 견고함을 더할 예정이다.
올해 국내 OTT는 성장하기 위한 발판을 충분히 마련했다. 국내 OTT 시장 규모는 지난해 7,800억 원 수준까지 성장하면서 글로벌 OTT를 바짝 뒤쫓는 중이다.
가장 두각을 나타낸 것은 국내 토종 OTT 티빙이다. 스물다섯 편의 오리지널 독점 콘텐츠로 티빙의 정체성을 확고히 만들었다. 지난해 10월 독립법인 출범 이후 1년 만에 누적 유료 가입자 수가 세 배 넘게 증가하는 등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특히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술꾼도시여자들'은 첫 공개 후 9일 만에 티빙 네이버 검색량을 약 6배 증가시켰다. 티빙 유료 가입자 기여 수치는 무려 4배나 뛰었다.
웨이브도 자체적인 콘텐츠 흥행으로 고유 색채를 형성했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는 지난달 12일 공개되자마자 신규 시청자 유입 및 시청 시간 1위를 기록했고, 시청량·화제성 상승에 힘입어 2주 차엔 주간웨이브 드라마 차트 5위로 올라섰다. 웨이브는 흥행세를 잇기 위해 2025년까지 1조 원을 콘텐츠에 투자할 방침이다.
월트디즈니의 OTT 디즈니플러스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맞이했다. 바로 '여론'이다. 국내 마블 팬들의 충성도가 높은 편이기에 디즈니플러스 론칭 당시 OTT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연 디즈니플러스는 이용자들에게 실망만 남겼다. 화려했던 론칭쇼와 달리 OTT 서비스는 저품질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번역기를 돌린 듯 어색한 자막과 자막의 위치, 고객 상담 대처까지 부정적 여론에 불을 지폈다. 전체적으로 불친절한 서비스 탓에 이용자들이 대거 떠났다. 디즈니플러스는 출시일인 지난 11월 12일 59만 3,066명을 기록한 후 11일 만에 34만 명대로 대폭 하락했다. 론칭 전 '예비 괴물'이라는 수식어를 받았던 디즈니플러스의 고전은 현재 진행 중이다.
글로벌 OTT 애플TV플러스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김지운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 '닥터 브레인'이 야심차게 출시됐지만 큰 화제성을 이끌어내진 못했다. 안드로이드의 접근성 저하 역시 부진의 이유 중 하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두 글로벌 OTT의 고압적인 제작 환경을 꼬집기도 했다. 앞서 자유로운 제작 지원으로 좋은 콘텐츠를 양산했던 넷플릭스와는 전혀 다른 행보라는 점이다. 실제로 디즈니플러스 경우 국내 엔터테인먼트들과의 상호 협의 관계보다는 수직적 소통을 주로 선택하면서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