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 음악으로 전국 투어 나선 조수미 "위로 전하고파"

입력
2021.12.16 16:15
23면
이탈리아 실내악단 '이 무지치'와 18일부터
데뷔 35주년 맞은 올해 "1순위에 둔 공연"
이름 내건 콩쿠르 등 후학 양성에도 관심

"바로크 음악을 들으면 생각도 정리되고 정신적 위안도 받습니다. 왜 생겼는지,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르는 이상한 시기(팬데믹)에 위로와 안정을 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올해 데뷔 35주년을 맞은 소프라노 조수미가 바로크 음악으로 돌아왔다. 창단 70년을 맞은 이탈리아 실내악단 이 무지치(I Musici)와 함께 이달 10일 바로크 음악을 담은 앨범 '럭스(Lux·빛) 3570'을 발매한 데 이어 오는 18일부터 전국 투어 공연도 한다. 부산을 시작으로 세종, 음성, 성남, 천안, 익산, 인천, 서울 등 30일까지 8개 도시 관객들과 만난다. 25~26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다. 이번 공연에는 비발디 '사계'를 비롯해 바흐 '커피 칸타타', 헨델 오페라 속 아리아 등을 선보인다.

둘의 만남은 농담처럼 시작됐다. 지난 7일 입국해 자가격리 중인 조수미는 16일 서면 인터뷰에서 이번 합동 음반·공연에 대해 "이탈리아 로마에 유명한 '3570'이라는 콜택시를 보며 (그 이름으로) 우리가 같이 기념 앨범을 내면 어떨까 농담처럼 말했던 일"이라고 전했다. 조수미의 35주년과 이 무지치의 70주년을 떠올리게 하는 숫자를 보며 가볍게 던진 말이 현실이 된 것이다. 이번 공연은 정제된 음악의 기본 '바로크' 스타일을 지키면서도 어떻게 극적인 무대를 꾸밀 것인가를 고민한 결과물이다. 그는 바로크 음악을 공부하며 스스로 성찰하고 위안받은 자신의 경험을 관객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 등 코로나19 상황이 급변하면서, 이번 공연을 위해 조수미는 긴 격리 기간 등을 감내했다. 그는 "이번 앨범과 공연이 올해 일정 중 1순위였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꼭 한다는 생각으로 왔다"며 "많은 공연이 다 매진됐는데 오시는 분들께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공연을 해야 한다고 이 무지치를 설득했고 이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1986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극장에서 오페라 '리골레토'의 질다 역으로 세계 무대에 데뷔한 조수미가 이뤄 낸 성과는 기록적이다. 세계 최고 소프라노에게 수여하는 '황금기러기상'(1993)을 동양인 최초로 받았고, 이탈리아인이 아닌 사람으로 처음 국제 푸치니상(2008)을 수상했다. 지난달에는 한국인 최초 '아시아 명예의전당'에 헌액되기도 했다. 수많은 성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조수미는 30세가 되기 전 세계 5대 오페라 극장에서 프리마돈나로 선 것 등을 꼽았다.

지난 35년을 돌아보며 그는 "제 자신에게 칭찬해주고 싶다"는 솔직한 소회를 밝히면서도 "물론 '이제 거의 다 했다'는 느낌은 전혀 아니다. 호기심과 궁금함이 언제나 내 안에 있다"며 변치 않는 열정을 보였다. 후학 양성에도 관심이 크다. 오스트리아 모차르테움, 미국 하버드대 등의 마스터클래스는 물론 내년엔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초빙교수로도 강단에 선다. 2023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조수미 국제 성악 콩쿠르'도 프랑스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진달래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