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센부터 아궤로까지…슈퍼스타 멈춰 세운 공포의 '심장 이상'

입력
2021.12.16 17:27
21면

슈퍼스타 세르히오 아궤로(32·FC바르셀로나)가 결국 은퇴를 선언했다. 지난 10월 리그 경기 도중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후송됐던 아궤로는 의료진의 만류에 결국 선수 생활을 마감하기로 했다. 유로2020 경기 도중 쓰러졌던 크리스티안 에릭센(인터밀란)에 이어 또 한 명의 축구 스타가 부정맥에 발목이 잡혀 예상보다 빠르게 그라운드를 떠나게 됐다.

아궤로는 15일(현지시간) FC바르셀로나의 홈구장인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캄노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역 은퇴를 발표했다. 아궤로는 "축구를 그만두기로 했다. 매우 힘든 순간이었지만 내가 내린 결정으로 마음은 편하다"고 밝혔다.

축구 선수들이 경기 중 심장 이상으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사고는 종종 벌어졌다. 카메룬 대표팀의 미드필더였던 마크 비비앙 푀는 2003년 6월 프랑스에서 열린 FIFA 컨페더레이션컵 콜롬비아와의 준결승 경기 후반 26분쯤 상대 선수와의 아무런 접촉 없이 그대로 그라운드 위로 쓰러졌다 결국 사망했다.

2004년에도 포르투갈 벤피카에서 활약하던 헝가리 출신 공격수 마클로스 페헤르가 경기 중 심장마비로 숨졌고, 2007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세비야의 안토니오 푸에르타도 경기 도중 쓰러졌다 일어났지만 결국 병원에 후송된 후 숨졌다.

그렇다 보니 심장 이상은 모든 선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올해만 해도 아궤로 외에도 심장 문제로 선수 생활에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선수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크리스티안 에릭센은 지난 6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2020 경기 도중 심장마비로 그라운드에서 그대로 쓰러졌다. 회복은 했으나 여전히 선수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도 빅토리 린델로프(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피오트르 지엘린스키(나폴리), 마틴 테리어(스타드 렌), 찰리 와이크(위건) 등도 경기 도중 심장 문제를 겪어 우려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11년 5월 신영록(당시 제주 유나이티드)이 대구FC와의 홈경기 도중 심장마비로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다행히 주변 동료들과 의료진의 신속한 응급조치에 힘입어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안타깝게도 신영록은 더 이상 선수생활을 이어 가지는 못했다.

아궤로의 기자회견에는 한때 몸담았던 맨체스터 시티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을 비롯해 과거와 현재의 동료, 클럽 레전드와 관계자 등 수백 명이 함께했다.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한 그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은퇴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자신을 돌봐준 구단 의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아궤로는 지난 10월 30일 2021-22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알라베스전에 선발 출전했다가 전반 도중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교체됐다. 경기 후 그는 부정맥 진단을 받았다. 바르셀로나 구단은 아궤로를 경기에 내보내지 않고 치료에 전념하도록 했다. 하지만 아궤로는 끝내 복귀하지 못했다.

아궤로는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공격수로 2006년부터 A매치 101경기에 출전해 41골을 터뜨렸다.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와 함께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레전드 골잡이다. 2006년 스페인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통해 유럽 무대에 첫발을 뗀 아궤로는 230경기 100골 45도움을 올린 뒤 잉글랜드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했다.

당시 과감한 투자에 비해 성과가 적었던 맨시티는 아궤로의 합류를 기점으로 황금기를 누렸다. 아궤로는 맨시티에서 10년간 390경기 260골 73도움을 남겼다. 리그 우승 5회, FA컵 우승 1회, 리그컵 우승 6회 등 구단 레전드 반열에 올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역대 외국인 최다 득점 기록도 아궤로 몫이다. 지난 시즌까지 맨시티에서 뛴 그는 올해 6월 바르셀로나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아궤로는 18년간의 프로선수 생활을 돌아보며 "내 축구 경력이 매우 자랑스럽고 꿈을 이뤘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