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램버트 미국 국무부 한ㆍ일 담당 부차관보가 미국과 북한 정상간 싱가포르 합의 계승 의지를 재확인했다.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도 재차 촉구했다. 다만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북미간 관여의 장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에는 선을 그었다. 이미 조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까닭이다.
램버트 부차관보는 1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국제정세협의회(WAC)가 한국 국제교류재단 LA사무소 후원으로 주최한 화상 대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북미 정상의 세 차례 만남은 북한 문제 해법을 찾으려는 초당적 바람을 보여줬다”며 “우리는 싱가포르에서 제시된 프레임워크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북미 정상회담 때 이뤄진 합의는 △북미 간 새로운 관계 수립 △한반도의 지속적ㆍ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한국전 참전 유해 송환 등 4개 항을 담고 있다. 전임 정부 때 이뤄진 일이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가 북미 정상 간 기존 합의를 존중하고 계승할 뜻임을 표명함으로써, 북한과 거리를 좁히는 동시에 교착 상태인 비핵화 대화의 장으로 북한을 끌어내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4월 말 새 대북정책 검토를 완료한 뒤 북한과 대화 재개를 추진 중이지만 북한이 호응하지 않으면서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램버트 부차관보는 “우리는 북한과 대화, 외교를 통한 한반도의 지속적 평화에 전념하고 있다. 북한에 어떤 적대적 의향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히며 “한반도의 지속적 평화와 비핵화에 관한 어떤 것이라도 대화하기 위해 언제 어디로든 갈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유감스럽게도 지금까지 우리는 어떤 진전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교착상태 이유를 두고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나 다른 상황 때문인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북미 간 관여 기회가 될 수 있는지에 관한 물음에는 ‘비현실적인(moot) 질문’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미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결정한데다, 북한도 올림픽에 올 수 없는 상황 때문이다. 북한은 2021 도쿄 올림픽 불참으로 베이징 올림픽 국가자격 참가 불허가 통보된 상태다.
램버트 부차관보는 한ㆍ일 갈등에 대해 일제 강점을 염두에 둔 듯 “20세기에 일어난 비통함과 끔찍한 일들이 결코 사라지지 않겠지만 21세기에 우리 모두 공유하는 도전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있다”고 말했다. 또 “많은 이들은 이 역사적 문제들이 상호 만족스러운 방식으로 해결되는 것을 보고 싶어한다”며 “(역사적) 문제들이 현재의 문제들에 관해 포괄적으로 협력할 능력을 위태롭게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