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4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청와대 개혁’을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 브랜드인 소득주도 성장ㆍ탈(脫)원전 정책 등은 사실상 청와대가 컨트롤타워를 맡았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규모를 축소하는 등 청와대의 힘을 빼 개별 부처에 간섭하지 않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윤 후보는 이날 국정운영 방향과 정책구상을 상세히 설명하고, 제기된 여러 의혹에도 적극 해명했다. 140분 동안 내놓은 답변 내용을 압축하면 이렇다. “문 대통령과 전부 반대로.”
윤 후보는 첫 일성으로 “저는 하는 일에 비해서 작은 정부, 효율적 정부를 지향한다”며 “청와대는 좀 개혁하겠다”고 했다. 개혁 방점은 대통령 권한을 분산하는 작업에 찍혔다. 그는 “참모들은 대통령과 장관의 소통을 보좌하는 정도로 규모를 축소하고, 내각 중심으로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단 권력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개헌 논의에는 선을 그었다. 윤 후보는 “개헌은 국민적 합의를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정치인은 내각제를 좋아하지만, 일반 국민은 대통령제를 많이 선호한다”고 했다.
윤 후보는 “제가 정권을 맡아 인사를 하면, 검사 출신이니 철저하게 모든 정보와 수사라인을 동원해 검증을 하겠다”고 했다. 청와대가 국가정보원과 같은 정보기관의 힘을 동원하면 ‘민간인 사찰’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 그러나 윤 후보는 “국정원이나 경찰 정보라도 사찰이냐, 정당한 정보 수집이냐의 판단은 목적에 관련돼 있다”며 “하여튼 전부 다 모아서 판단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가 집권해도 의회 권력의 무게추는 과반의석을 가진 민주당에 쏠려있다. ‘야당의 협조를 어떻게 구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정권이 교체되면 민주당이 더 합리적인 야당이 될 것으로 본다”며 “진영과 출신에 관계 없이 유능한 분들을 대거 발탁해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답했다.
정책 각론에서는 현 정부와 차별화를 꾀하는 데 중점을 뒀다. 윤 후보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 공약에 대해 “(정부는) 종부세가 고가 주택을 소유한 2%를 겨냥한 것이라고 하지만, 2%와 98%를 나눠 98%의 표를 추구하는 식의 ‘갈라치기 사고방식’으로 조세제도를 운영하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이 도입한 ‘주52시간제’를 향해서도 “(한국은) 주68시간에서 1년 만에 16시간을 줄였지만, 일본은 1년에 2시간씩 줄였다”며 “경제계에 큰 충격인데, 이런 식의 탁상공론은 안된다”고 말했다. 경제에 미칠 충격파를 고려하지 않고 정책 추진 속도가 너무 빨랐다는 얘기다.
그는 또 최저임금제도는 “폐지하자는 게 아니라, 사용자가 기업을 운영할 수 있게 판을 깔아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오히려 노동자에 불리할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피력하며 탄력적 적용을 시사한 것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 역시 “평등만 강제돼서는 안 된다. 논란이 많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헌법상 자유와 평등의 해석에 관한 문제라는 이유 등을 제시했다.
윤 후보는 늘 따라다니는 본인 및 가족 의혹도 이날은 피하지 않고 적극 소명했다. ‘고발 사주 의혹’에 관해선 “도대체 이런 일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알 도리가 없다”고 말을 잘랐다. ‘부산저축은행 대출 비리 부실 수사가 대장동 개발 특혜로 이어진 거 아니냐’는 물음에는 “부실 운운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10분 넘게 당시 수사 상황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설명했다.
윤 후보를 둘러싼 각종 수사가 ‘과잉 수사’라는 입장도 되풀이했다. 특히 배우자 김건희씨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 수사의 실마리가 된 경찰 내사 보고서가 유출된 사실에 대해 “기가 찰 노릇” “고위직 누군가가 지시한 것” 등 격앙된 감정을 드러내며 여권의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윤 후보는 “검찰개혁이 성공했다면 내가 대통령 후보가 됐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자신은 문재인 정부의 ‘배신자’가 아닌 ‘피해자’라는 점을 부각했다. ‘제2의 윤석열이 나오면 자르겠냐’는 질문엔 “국민이 저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