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흑해에서 크림반도 근해를 항해 중이던 영국 구축함이 러시아 전폭기의 위협 사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영국은 공식으로 이를 부인했지만 여러 정황상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냉전 이후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함선을 향해 실탄 쏜 게 처음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2014년 초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흑해, 발트해 등에서 나토군 훈련이 눈에 띄게 늘었다. 러시아가 나토의 동진을 무력 행사의 명분으로 삼으면 나토는 이에 무력 시위로 대응하는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에 훈련을 빌미로 10만 병력을 집결시켰다고 한다. 내년 초 우크라이나 침공 이야기도 나온다. 우크라이나는 옛 소련 주축국 중 하나였고 동유럽 국가 중 러시아와 국경선이 가장 길다. 크림반도 병합 이후 연쇄로 벌어졌던 친러시아 성향의 우크라이나 동부 독립 움직임은 민스크 협정으로 가까스로 진정됐지만 계속 나토 가입을 원하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는 여전히 눈엣가시임에 분명하다.
□ 상황을 심각하게 보는 사람은 내년 2월 중국이 베이징 올림픽을 치르고 나면 러시아가 침공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한다. 크림반도 병합이 사상 최대 비용이 들었다는 소치 동계올림픽 직후였다. 많지 않은 동병상련의 우호국 행사에 재 뿌리는 것은 피하려 할 수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 밀고 들어가면 중국이 대만을 향한 무력 행사를 하기 더 쉬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서방이 두 개의 전선에 동시 대응하기 쉽지 않으므로 굳이 도발을 않더라도 모든 상황은 중국에 유리해진다.
□ 우크라이나의 긴장이 높아질지 수그러들지 알기 어렵다. 어느 경우든 중요한 것은 전쟁을 막으려는 주변국의 노력이다. 러시아 천연가스를 공급받기 위해 건설한 노르트스트림2 문제 등 다양한 이해관계로 미·러 사이에 끼인 처지인 독일의 역할에 눈길이 간다. 메르켈 총리는 동독 출신으로 러시아말로 푸틴과 대화가 가능해 그의 중재력에 세계의 눈길이 쏠리기도 했다. 새로 출범한 사민당 연정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까. 미·중 선택을 강요받는 우리에게도 남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