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는 13일 “시진핑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 영상으로 회담한다”고 밝혔다. 두 정상의 대화는 8월 25일 전화통화 이후 넉 달 만이다.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의 “독재자” 비판에 맞서 양국 정상이 다시 대미 공조 강화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9~10일 112개국을 초청해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쏙 빼놓았다. 오히려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외부 독재자들은 전 세계에 영향력을 확대함으로써 그들의 힘을 키우고 억압적 정책을 정당화하려 한다”고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해 날을 세웠다. 폐막 연설에서도 “독재가 전 세계 사람의 가슴속에 타오르는 자유의 불꽃을 결코 꺼뜨릴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미국에 밀리지 않으려면 재차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미국과 중국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시 주석이 지난달 16일 바이든 대통령과의 화상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로 불장난하다간 타 죽을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미국이 대만을 노골적으로 두둔하면서 중국과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이 신장위구르 인권탄압을 이유로 내년 2월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자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가 동참했다. 미국을 위시한 이들 5개국은 모두 중국에 맞선 기밀정보동맹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회원국이다. 미국은 영국, 호주와 앵글로색슨 군사동맹 오커스(AUKUS)를 결성해 중국을 군사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러시아도 미국과 관계가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의 충돌 위험이 높아지자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대러 비판과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7일 미러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회담 후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고, 러시아 크렘린궁은 “우크라이나와 관련한 레드라인에 대해 미국과 심각한 이견이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미국의 표적으로 같은 배를 탄 중국과 러시아는 전략적으로 뭉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앞서 8월 중러 정상회담의 경우 당시 최대 현안인 미군 아프간 철수에 맞춰 양국의 대응방안을 조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따라서 이번 회담은 미국의 파상공세에 맞선 공조방안을 논의하고, 이란 핵과 북핵 문제 등 주요 국제현안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위협에 국경을 걸어 잠그는 비상상황에서도 상대국에 대한 접촉면을 넓히며 우의를 과시하고 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3일 “중국 북동부 헤이룽장성 접경도시 헤이허와 러시아 블라고베셴스크를 잇는 1.2㎞ 길이의 교량이 개통을 앞두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첫 교량으로, 육상운송과 교류확대를 견인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