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여부와 관련, “국익을 감안해 적절한 시기에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국회에서 재차 밝혔다.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할 필요성이 있지만 내년이 중일 수교 50년인 상황을 고려해 시간을 두고 결정하려는 분위기다. 이를 두고 지난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 총리와 대결했던 극우 성향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총리에게 국익은 뭐냐”고 추궁했다.
기시다 총리는 13일 오전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다카이치 정조회장으로부터 외교적 보이콧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외교적 보이콧이란 올림픽에 선수단을 보내되 정부나 정치권 고위급 인사로 꾸려진 사절단은 파견하지 않아 주최국에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기시다 총리가 “올림픽·패럴림픽의 취지, 외교상 관점,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감안하고, 국익에 비춰 스스로 판단한다. 적절한 타이밍을 선택해 밝히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자 다카이치 정조회장은 “총리가 말하는 적절한 시기나 국익은 어떤 것이냐”고 되물었다. 총리는 “올림픽까지의 기간 속에서 각국 움직임도 감안한 뒤, 우리나라로서 적절한 시기를 생각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정조회장은 이에 대해 “조기에 확고한 메시지를 내, 인권 문제에 임하는 일본의 자세를 내보이고 싶다”고 요구했다.
앞서 요미우리신문을 비롯한 일본 언론은 일본 정부가 베이징 올림픽에 정부 각료는 보내지 않되 좀더 격이 낮은 스포츠청 장관 등을 보내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아직 일본 정부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장관 역시 지난 12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 회의 후 기자들의 질문에 “적절한 시기에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판단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하야시 장관은 G7 회의에서 “이미 입장을 공표한 나라 등 약간의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설명했지만 상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G7 국가 중 영국과 캐나다는 미국에 동조했지만 2024년 파리 하계올림픽을 개최하는 프랑스는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