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토네이도가 미국 중부를 강타했다. 초대형 회오리바람이 최소 5개주(州)를 휩쓸고 지난 가운데, 켄터키주에서만 100명 가까운 사망자가 나오는 등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직접 토네이도를 맞닥뜨리지 않은 인근 지역 역시 정전이 발생하면서 7개주에서 30만 명이 넘는 주민들이 어둠 속에서 공포에 떨어야 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등 현지 언론을 종합하면, 이날 밤 아칸소, 일리노이, 켄터키, 미주리, 테네시주에서 최소 24개의 토네이도가 발생했다. 한번에 5개 주 이상을 강타한 토네이도는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지금까지 230마일(370㎞)을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아칸소에서 켄터키까지 이어진 이번 토네이도 발생 경로는 1925년 이후 가장 긴 것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시기 역시 이례적이다.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통상 12월에는 ‘에너지 공급원’인 따뜻한 공기가 없어 강력한 토네이도 발생이 드물지만, 최근 중서부 지역의 한랭전선에 따뜻한 공기가 충돌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토네이도는 세기도 강했다. 미국 국립기상청은 상공 2만 피트(약 6,100m)까지 잔해가 날아오른 것이 관측됐다고 밝혔다. 일부 지역에선 풍속이 시속 112㎞(초속 31m)에 이르기도 했다.
토네이도가 할퀴고 간 자리는 말 그대로 폐허가 됐다. 직격탄을 맞은 켄터키주는 공식 사망자가 5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앤드루 버시아 주지사는 유튜브 브리핑에서 “이날 0시를 기준으로 켄터키에서 5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사망자 수가 최대 70명, 100명에 이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주 역사상 토네이도로 인한 최대 규모 인명 피해다.
버시아 주지사는 지역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주 남서부 그레이브스 카운티의 메이필드시(市)에 피해가 집중됐다고 언급하며 “메이필드가 역대 그 어떤 마을보다도 큰 타격을 받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지역 양초 공장 지붕이 토네이도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다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당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주 방위군을 투입, 생존자 수색과 구출, 현장 정리에 나선 상태다. 연방 정부에도 비상사태를 선포해 달라고 촉구했다.
아칸소주에서는 87병상 규모의 요양원이 토네이도의 강한 바람에 붕괴하면서 적어도 1명이 숨지고 5명이 중상을 당했다. 사망ㆍ부상자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당국은 이 요양원 건물에서 매몰자 20여명을 구조했다. 테네시주 오비언 카운티의 구조 당국도 이번 폭풍으로 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들의 구체적인 사고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일리노이주 에드워즈빌에서는 온라인쇼핑몰 아마존의 물류센터 일부가 붕괴해 근무자들이 고립됐다. 구체적인 피해 상황은 집계되지 않았으나, 현지 구조당국은 페이스북에 ‘사상자가 다수 발생’했다고 알렸다. 당국 관계자는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야근 중이던 약 100명이 건물 안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전력마저 끊겨 작업 진행도 더디다. 이날 오전 6시까지 7개주에서 30만 명이 정전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당분간 상황도 밝지 않다. CNN은 “(토네이도가) 루이지애나 북부에서 오하이오 남부까지 확장되고 있다”며 이 지역에 토네이도 주의보가 내려질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