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10% 오를 때 35% 뛴 음악저작권"… 조각투자의 세계

입력
2021.12.12 09:30
14면
조각투자 전성시대, 한우·미술품도 천원부터
적은 투자금으로 '제2의 소득' 만들기 가능
"법적 보호 미흡… 안전한 범위 내 투자 추천"

편집자주

친절한 ‘금융+자산’ 설명입니다. 어려운 금융을 알면, 자산 쌓기도 쉬워집니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음악저작권 투자의 평균 연간 수익률은 35.86%로, 코스피(10.18%)·금(11.09%) 수익률을 크게 넘어섰습니다.” 지난달 13일 한양대에서 열린 한국재무관리학회 정기학술연구 발표회에서 연세대·홍익대 교수진이 밝힌 연구 결론입니다. 음원 투자가 코스피 수익률을 넘어섰다는 믿기 힘든 소식입니다.

‘조각투자’ 전성시대입니다. 누구나 목돈 없이도 적은 돈으로 '제2의 소득'을 노릴 수 있는 플랫폼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대표적 조각투자 자산인 음악저작권뿐만 아니라 한우·미술품까지 투자 대상도 다양해졌습니다. 큰돈 없이도 시작할 수 있는 조각투자,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1만원 음원이 5배 뛰어… ‘인생곡’을 찾아라

음악저작권(저작권료 참여 청구권) 투자 방식은 기본적으로 주식투자와 유사합니다.

기업이 IPO(기업공개)를 통해 상장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저작권 지분은 음악저작권 플랫폼 뮤직카우의 ‘옥션’에 우선 상장됩니다. 옥션은 말 그대로 경매입니다. 더 많은 청약 증거금을 넣을수록 더 많은 공모주를 배정받는 방식과 유사하지요. 더 높은 입찰 가격을 부른 투자자부터 순서대로 낙찰이 진행됩니다. 투자자는 1주 단위부터 음원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옥션 시작가는 과거 저작권료를 토대로 뮤직카우가 설정합니다. 지난달 옥션에 올라온 그룹 SG워너비의 ‘Timelss’는 만 원에 시작가를 형성했지만, 5.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끝에 최저 낙찰가가 주당 5만500원에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음원 투자 핵심은 연간 저작권료 확보

일주일간의 옥션 기간이 끝나고 최저 낙찰가가 결정되면 최저 낙찰가는 음원을 사고팔 수 있는 '마켓'에서 시세가 됩니다. 이때부터는 옥션에 참가하지 않았더라도, 마켓에서 저작권 지분을 거래할 수 있습니다. 거래되는 음원은 총 900여 곡으로 24시간 거래가 가능합니다. 마켓에서 투자자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시세차익입니다. 특히 그간 저평가받았던 곡이 ‘역주행’할 경우 시세차익은 극대화됩니다.

그룹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은 지난해 12월 상장돼 2만 원대에 거래됐지만, 2달 뒤 멜론 등 주요 음원 차트 1위를 모두 석권하는 등 ‘역주행’ 바람이 불어 올해 9월 130만 원까지 치솟았습니다. 물론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는 한계가 있고, 저작권료 대비 음원이 과대평가될 수 있으니 투자에 주의해야 합니다. 롤린 역시 최근 50만 원대까지 가격이 떨어졌습니다.

결국, 음원 투자의 핵심은 음원의 내재가치라 할 수 있는 저작권료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통상 1년에 1번 배당금을 주는 주식 투자와 달리, 음원 투자는 매달 배당금을 챙길 수 있습니다. 다만 배당금이 높더라도, 구매가(또는 낙찰가) 대비 저작권료 수익률도 함께 확인해야 합리적 투자가 될 수 있겠죠.

그렇다면 어떤 음원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일까요. 전문가들은 세월이 지나도 사람들이 즐겨 찾는 노래를 찾으라고 조언합니다. 향후 저작권료 수입이 안정적인 음원이라고 할 수 있죠. 통상 음원은 발매 직후 가장 많은 저작권료가 발생되고, 2~3년간 하락한 뒤 안정화됩니다. 발매 후에도 ‘노래방 18번 곡'처럼 꾸준히 찾게 되는 음원들은 안정적인 저작권료를 챙길 수 있습니다.

9일 기준 연간 저작권료가 가장 높은 음원은 올해 차트 역주행의 주인공 ‘롤린’(3만7,338원)이었습니다. 가격(51만 원) 대비 연간 수익률은 7.3% 수준입니다. 은행 예·적금 수준보다는 높지만, 최근 저작권료 추세를 보면 8월(1만3,344원) 정점을 찍고 지난달엔 4,000원대까지 떨어져 감소 추세입니다. 반면에 발매된 지 10년이 흐른 NS윤지의 ‘마녀가 된 이유’는 만 원이면 살 수 있지만 연간 수익률은 18.8%에 달합니다.

미술 거장 작품도, 송아지도 조각투자 가능

음원만 조각투자가 가능한 게 아닙니다. 한우와 미술품 등 조각투자 대상은 갈수록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한우 투자'는 음원 투자보다는 조금 더 쉽다는 게 장점입니다. 투자 방식을 살펴보면, 우선 투자자는 한우 자산플랫폼 ‘뱅카우’를 통해 송아지를 공동 구매할 수 있습니다. 최소 투자금 4만 원부터 가능하고, 2년 뒤 어엿한 한우로 자라 경매로 판매되면 수익금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투자자가 소를 직접 키우진 않기 때문에 수익금은 농가와 나눠 갖게 됩니다.

지난해 10월 출범했기에 아직 성체가 된 소를 실제 경매에 부치진 못했지만, 뱅카우가 내놓은 예상수익률은 19.7%(2년치)입니다. 2015년부터 5년간 한우 판매 값과 사육비 등을 분석한 결과, 예상 수익률은 13.5~30.2%에 달한다고 합니다. 높은 수익률에 투자자들이 몰리며 총 5차례 공동구매 결과, 12억5,000만 원(송아지 257마리) 펀딩이 모두 품절되기도 했죠.

미술작품에 관심이 높은 투자자라면, 미술품 투자플랫폼 ‘테사’·’소투’·’아트앤가이드' 등을 통해 단돈 1,000원부터 작품 소유권 일부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이후 작품이 경매를 통해 매각되면 투자자들과 수익금을 나눠 갖습니다. 거래되는 작품들도 한국 미술의 거장 김환기부터 팝아트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까지 다양하죠. 아트앤가이드가 2018년부터 공동구매 작품 65건을 판매한 평균 수익률은 35.3%에 달합니다.

다양한 조각투자 방식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법적 보호 장치는 미비한 상태입니다. 게다가 조각투자 역시 투자는 투자이기에, 원금 손실 가능성도 주의해야 합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적은 돈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관련 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사업주체가 신뢰할 만한 곳인지 확인하고, 본인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투자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조언했습니다.

김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