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을 위한 협상이 9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재개됐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JCPOA 복원 협상은 올해 6월 중단된 지 5개월 만인 지난달 29일 재개됐지만, 참가국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이달 3일 잠정 중단된 상태였다.
이날 오후 오스트리아 빈 팔레 코부르크 호텔에서 열린 회담에는 영국과 중국, 프랑스, 독일, 이란, 러시아 등 2015년 합의 당사국 대표들이 참석해 1시간가량 논의를 가졌다. 미국 대표단은 수일 내에 간접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의장을 맡은 엔리케 모라 유럽연합(EU) 대외관계청 사무처장은 회담을 마친 뒤 "대표단은 다양한 협의를 거쳐 열심히 하겠다는 새로운 목적 의식을 느낀다"고 밝혔다.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독일로 구성된 이른바 'P5+1 그룹'과 이란은 2015년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개발 포기와 서방의 이란 제재 해제를 골자로 한 JCPOA를 체결했다. 그러나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일방적 탈퇴를 선언하며 대(對)이란 제재 조치를 다시 취한 데 이어, 이란도 JCPOA 허용 범위를 초과하는 수준의 핵 활동을 재개하면서 합의는 백지화하고 말았다. 올해 1월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새로 출범한 뒤, JCPOA 복원을 위한 논의가 시작됐지만 협상 결렬과 재개를 반복하며 핵합의 복원 타결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날 재개된 협상은 한 시간 만에 끝났다. 이란 측은 기존 입장이 바뀌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이란은 최근 협상에서 미국이 자국에 대한 제재를 먼저 해제하는 것은 물론, 기존 합의 이상의 조건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영국, 프랑스, 독일 측은 지난주 이란 대표단이 다른 당사국들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많이 하고 있다면서 이란에 '현실적 제안'을 내놓으라고 촉구하는 상황이다.
대이란 제재 유지 또는 해제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도 강경한 입장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국방장관 회담을 열어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이 실패로 끝날 경우, 이란 핵시설을 파괴하는 것을 가정한 군사훈련 실시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미국은 안드레아 가키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장을 비롯한 고위 대표단을 다음 주 중 아랍에미리트(UAE)에 파견해 현지 금융기관 등에 대이란 제재의 철저한 이행을 당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