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내년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또 한번 내비쳤다.
글로벌 물가 오름세가 국내 물가를 강하게 밀어올리고 있는 데다,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대출 수요 역시 꺾이지 않았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올해 8월과 11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한 한은은 금리 수준에 대해 "여전히 완화적"이라고도 강조했다.
한은은 9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공급병목과 원자재 가격 급등이 부채질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한은은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글로벌 물가상승률이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물가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글로벌 물가 1%포인트 상승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최근 10년(2010~2021년) 사이 0.26%포인트 높아졌는데, 이는 과거 2000~2007년의 0.1%포인트보다 2.6배나 뛴 결과다. 그만큼 향후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얘기다. 실제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로 집계돼 약 1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한은은 급증한 가계부채와 주택가격 상승 등에 따른 금융불균형 역시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에 따른 금융권의 가계부채 관리에 대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이 추세가 내년에도 이어질지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게 한은 설명이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가계부채 비율은 여전히 소득 대비 높은 수준"이라며 "재건축, 이주 수요, 전세자금 등을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물가와 가계부채에 대한 한은의 우려는 내년 1월 기준금리 추가 인상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은도 이날 장기화될 가능성이 큰 물가 상승 압력과 국내 경기의 양호한 성장세 등을 감안할 때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을 강조했다. 홍경식 통화정책국장은 "올해 금리를 두 차례 올렸지만 연 1.0%인 현 기준금리는 아직도 완화적"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내년 1분기(1~3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해 내년 초 추가 인상 가능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다만 오미크론 변이 발생에 따른 불확실성이 재차 높아진 만큼, 민간소비 둔화 등이 기준금리 인상에 변수가 될 수 있다. 박 부총재보는 "최근 대두된 오미크론 변수가 경기나 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