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말 결산①] 코로나19 속 안방극장 찾은 영화감독들

입력
2021.12.14 08:00

코로나19는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영화계의 풍경도 달라졌다. 많은 작품들이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개봉을 연기하거나 OTT를 찾았다.

잇따른 개봉 연기, 돌파구 된 OTT

'기적'은 코로나19로 한차례 관객들과의 만남을 미뤘다가 지난 9월 개봉했다.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 역시 지난해 10월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개봉을 몇 번 연기하고 지난 10월에야 극장가를 찾았다.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올해 공개를 목표로 했지만 아직 개봉일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이 OTT에겐 기회가 됐다. 많은 관객들이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로 영화관 방문을 꺼렸고, 제작사와 배급사는 극장과 OTT에서의 동시 개봉을 결정했다. 이에 '서복'과 '미드나이트'는 티빙에서도 공개됐다. '해피 뉴 이어'는 이들의 뒤를 따른다. 이 작품은 오는 29일부터 영화관과 티빙을 통해 볼 수 있다.

'승리호'는 넷플릭스를 통해 대중을 만났다. 배급을 맡았던 메리크리스마스의 유정훈 대표는 "코로나 19의 상황을 배제할 수 없고 콘텐츠 유통에 대한 기존 환경 및 디지털 사이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 후속적인 슈퍼 IP 확장을 위해 더 이상 개봉을 연기할 수만은 없다고 판단했다"고 넷플릭스 개봉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영화감독들의 새로운 도전

OTT를 향한 뜨거운 관심 속 영화감독들은 새로운 시도를 했다. 많은 이들이 드라마 연출에 도전했다. 황동혁 감독이 대표적이다.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 등을 선보여온 그는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인들을 열광시켰다. '부산행'과 '반도'로 화제를 모았던 연상호 감독 역시 넷플릭스를 찾았다. '지옥'으로 K-콘텐츠를 향한 뜨거운 관심을 이어가는 중이다.

'차이나타운'의 한준희 감독은 넷플릭스 시리즈 'D.P.'의 연출을 맡았다. '끝까지 간다' '터널' 등의 화제작을 탄생시킨 김성훈 감독도 넷플릭스를 통해 '킹덤: 아신전'을 선보였다. 김지운 감독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밀정'의 메가폰을 잡았던 김 감독은 애플티비플러스 '닥터 브레인'의 연출을 맡아 시청자들을 만났다. 처음으로 드라마에 도전한 그는 "스토리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영화 작업보다 기민하게 판단하고 결정을 해야 했다"고 밝혔다.

충무로를 떠난 감독들은 큰 스케일과 화려한 액션으로 무장한 드라마를 선보였고, 대중은 이에 열광했다. '오징어 게임'은 큰 사랑을 받으며 K-콘텐츠의 저력을 보여줬다. '지옥' 역시 TOP 10 TV(비영어) 부문 정상을 차지했다. 넷플릭스 인기 순위 1위에 오른 'D.P.'는 태국과 베트남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킹덤: 아신전'은 K-좀비물이 지닌 매력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기생충'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이선균은 자신이 출연한 '닥터 브레인'에 대해 "남들에게 당당하게 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 필모그래피에 올라왔다"고 말했다.

낮아진 영화·드라마의 벽

감독들의 활약으로 OTT 드라마와 영화 사이의 높은 벽은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지난달 열린 제11회 아름다운예술인상의 영화예술인상은 '오징어 게임'을 선보였던 황 감독에게 돌아갔다. 그는 "영화를 만든 사람한테 주는 상으로 알고 있었다. 난 드라마를 만들었는데 이 상을 주신다고 해서 '왜 그럴까'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때문에 좋은 한국 영화들이 만들어진 뒤에 개봉을 못 했다. 촬영에 들어가지 못한 영화도 많았다. 좋은 영화를 소개할 기회가 적어서 내게 상이 온 게 아닐까 했다"고 이야기했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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