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노사 간 임금협상 결렬로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 보름이 되어가지만 양측이 교섭 일정조차 정하지 못하면서 파업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노사는 지난달 30일 임금단체협상을 마지막으로 지금껏 추가 교섭 일정을 잡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노조는 지난달 24일부터 대전ㆍ금산 공장에서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지난 8월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3개월 동안 8차례 임단협 교섭을 벌였지만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애초 노조는 합의안으로 임금 10.6% 인상을, 사측은 임금 5% 인상 및 성과급 500만 원을 제시했다. 노조 관계자는 “비공식적으로 기존보다 임금 인상률을 줄인 절충안을 최근 사측에 전달했다”며 “하지만 사측은 이를 거부한 후 어떤 제안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업계에선 최근 한국타이어 사측의 태도가 과거 파업 때와 사뭇 다르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전ㆍ금산 공장은 한국타이어의 글로벌 생산물량 중 약 40%를 맡고 있는 핵심 기지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공장이 보름 가까이 멈췄으면 사측이 대체 인력을 투입하거나 ‘공멸’ 표현을 써가며 노조를 압박하는 게 수순”이라며 “그런데 이번에는 사측이 오히려 느긋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노조 측에서 교섭 요청을 해오길 기다리는 중"이라며 "원만하게 협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올해 지속된 해상운임 상승으로 수출비용 부담이 늘고, 물건 실을 배조차 구하기 어려워지자 아예 사측이 파업을 빌미로 공장을 일시 중단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평상시 공장가동 중단 결정은 노조와의 협의 사안”이라면서 “현재 한국타이어 노조는 파업으로 인해 무노동 무임금 상태”라고 전했다.
물론 사측도 파업으로 피해가 없는 건 아니다. 증권업계에선 파업 전 한국타이어의 올 4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5.44% 증가한 1조8,629억 원, 영업이익은 15.22% 감소한 1,928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공장 가동 중단 이후 실적 전망치를 낮춰 잡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자금력이 충분해 생산 차질에 따른 피해도 충분히 견딜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지난 5년간 임금 인상률이 2~3%에 불과했기에 우리도 더 이상 물러서기는 어렵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