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은 하늘의 별따기"... 북한이 南 집값 비난한 까닭은?

입력
2021.12.07 00:10

북한이 치솟는 남측의 집값을 ‘체제 결속’의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도시민의 삶을 북한 주민들의 안정적 주거환경과 대비시켜 사회주의 체제의 우수성을 적극 부각하는 전략이다. 북한 당국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챙기는 대단위 주택건설 사업 홍보까지 곁들여 최고지도자의 ‘애민 리더십’을 강조하는 이중 선전효과도 노리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6일 ‘살림집 문제를 통해 보는 두 제도의 판이한 현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평범한 근로자들이 자기 집을 갖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불가능한 일”이라며 “셋집 사는 사람들도 천정부지로 오르는 집세를 물 길이 없어 길거리와 골목으로 쫓겨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회주의는 인민의 낙원이고, 자본주의는 지옥”이라는 오래된 선전문구도 동원했다.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집값 탓에 불안감이 가중된 남측의 주거 현실을 비판한 것이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전국 아파트 가격 누적 상승률은 12.5%에 이른다.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도 지난달 기준 123만4,000원으로 집계돼 1년 만에 10.2% 폭등했다.

북한이 남측의 부동산 문제를 직격한 건 주거정책에 관한 한 뒤질 게 없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결과다. 신문이 이날 공사를 완료한 양강도 삼지연시 사업을 2ㆍ3면에 걸쳐 다룬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삼지연시 사업은 북한판 ‘내집 마련 프로젝트’로 불린다. 김 위원장이 2013년 건설 계획을 내놓은 뒤 10차례 넘게 공사 현장을 찾는 등 최고지도자가 관장하는 국책사업이기도 하다. 그는 가장 최근인 지난달 16일에도 삼지연시를 방문해 “지방 인민들을 문명한 물질문화 생활로 도약시키기 위한 새로운 혁명의 출발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북한은 1월 제8차 당대회 이후 △평양시 1만 세대 살림집 △보통강 강안 다락식주택구 △함경남도 검덕지구 살림집 등 주택사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며 인민 주거 안정화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남측도 그렇지만 부동산 이슈는 민심을 파고드는 데 적격이다. 토목 사업은 다른 분야에 비해 고난도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은 반면 가시적 성과는 뚜렷하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 약간의 관심만으로 주민들을 다독일 수 있고, 또 치적 쌓기에 이 정도로 ‘가성비’가 높은 사업이 없는 셈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강도 대북제재와 감염병 확산 등 대내외 악재가 지속되고 있지만, 북한은 주택공급 성과를 내세워 민심을 추스르고 김정은의 능력을 과시하는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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