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전 후배들 찾아 격려한 이동국 "전북 우승 미리 축하한다"

입력
2021.12.05 19:03
"승리의 요정 왔으니, 이긴 것이나 다름 없다"
긴장한 후배에 농담 건네며 자신감 북돋아 줘
주장 홍정호 "동국이형 응원 매번 큰 도움"

K리그1 마지막 경기를 앞둔 5일 오후 전북 현대의 락커룸(선수 대기실)은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울산 현대에 승점 2점 앞선 상황이었지만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게 축구다. 2019년 코 앞에서 우승을 놓친 울산 현대의 불운이 이번엔 전북에 오지 말란 법은 없었다. 제주와의 최근 전적도 좋지 않았다.

온갖 상념들이 락커룸을 가득 채우고 있을 때 고요함을 깬 이는 이동국이었다.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온 그는 "형이 왔다. 승리의 요정이 왔어"라고 웃으며 "이제 이긴 거나 다름 없다. 우승, 미리 축하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대선배의 애교에 선수들의 몸과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그래 당연히 우리가 우승이지." 자신감에 가득찬 전북은 제주 유나이티드를 2-0으로 꺾고 K리그 5연패를 달성했다.

이동국은 지난 2020시즌까지 주장으로 팀을 이끌었던 전북의 '레전드'다. 자신 없는 시즌을 보내고 있는 후배들을 위해 이동국은 이따금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했다. 최종전을 앞둔 이날에도 이동국은 어김없이 후배들을 찾았다. 이동국에 이어 팀의 주장을 맡게 된 홍정호는 경기를 마친 뒤 "동국이형의 방문이 도움이 됐다"고 돌아봤다. 특히 이날은 말그대로 '승리의 요정' 역할을 했다.

홍정호는 "각자 준비를 하고 있었겠지만 오늘은 경기장에 도착하니 다른 때와 달리 다들 진지하고 조용했다. 그때 동국이 형이 들어왔다. '내가 왔으니 이미 이긴 거나 다름 없다'며 분위기를 많이 끌어올려줬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국이 형을 보니 저도 마음이 안정되면서 편해졌다. '우승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경기장을 찾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응원해 줘서 많이 힘이 됐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동국이 전북에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꺼냈다. 그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기회가 되면 전북에 합류했으면 좋겠다. 어떤 자리든 동국이 형이 팀을 위해 일 하겠다고 하면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좋은 시너지가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이 다음에 이야기다. 지금은 방송을 너무 많이 해서 바쁘시다"며 웃었다.

주장 홍정호는 이번 시즌 경기 안팎에서 제 역할을 해내며 팀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동국이 형의 역할이 너무 컸어서 제가 주장을 잘 할 수 있을까 부담이 있었다. 동국이형의 반만하자는 생각으로 했는데 (최)철순이 형 등 다른 선배들이 잘 잡아줘서 시즌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주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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