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시간주(州)에서 10대 청소년 4명의 목숨을 앗아간 한 고교생의 총기 난사 사건과 관련해 부모와 학교 측에도 ‘책임론’이 옮겨붙고 있다. 용의자의 범행 징후가 뚜렷했는데도, 이를 간과했거나 부실 대처를 했다는 이유다. 검찰은 범인의 부모를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해 기소하는 한편, 학교 측의 잘못도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자꾸만 되풀이되는 미성년자 총기 사건을 막기 위해 총기관리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시간주 오클랜드카운티 경찰은 지난달 30일 옥스퍼드고교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 용의자인 이선 크럼블리(15)의 부모를 이날 오전 디트로이트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제임스ㆍ제니퍼 크럼블리 부부는 아들 이선이 살인 혐의로 기소되고, 전날 검찰이 “그 부모에게도 ‘비자발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히자 잠적했다. 시민 제보로 하루 만에 붙잡힌 부부는 법원 심리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은 “크럼블리 부부가 아들이 위험한 상태라는 걸 인지했다고 볼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건 당일 오전 이선의 학교 책상에서 총기 난사 장면을 묘사한 그림, “(총격하는) 생각이 멈추지 않는다. 도와 달라”는 메모 등이 발견됐는데도, 학교로 불려온 부부는 ‘이선을 조퇴시키자’는 교사의 요청을 거절했다. 사건 전날에도 이선이 ‘총기류 탄약’을 검색하는 장면을 목격한 교사가 이를 알리자, 엄마 제니퍼는 오히려 아들에게 “잡히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또 지난달 26일 아빠 제임스가 총기를 구입할 때 이선이 동행했고, 총을 보관한 침실 서랍을 잠그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크럼블리 부부가 아들이 무기에 쉽게 접근하도록 허용한 것”이라고 공소장에 명시했다.
그러나 부모의 책임을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 워싱턴포스트가 1999~2018년 발생한 미성년자 총기 사건 중 무기 출처가 확인된 105건을 분석한 결과, 본인 집이나 친척ㆍ친구 집에서 총을 가져온 사례 84건 가운데 총기 소유자가 ‘부실 보관’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은 건 4건뿐이었다. 이번 사건이 일어난 미시간주에선 2015년 9세 소년이 집에 있던 엽총으로 10세 누나를 쏜 사건과 관련, 부친이 비자발적 과실치사 혐의로 처벌받은 사례가 있긴 하다. 대니 세바요스 NBC방송 법률 분석가는 “총기 사건에서 부모가 처벌받는 일은 극히 드물다”고 짚었다.
학교도 ‘사건 예방에 미흡했다’는 비판을 면하긴 힘들다. 부모가 아들의 조퇴를 거부했어도 학교는 학생을 교실로 돌려보내지 말고 안전한 장소에서 일시 격리해야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캐서린 로스 조지워싱턴대 법학 교수는 “학교의 대응이 정말 경악스럽다”며 “문제 학생을 교실 대신 안전한 장소로 보내는 것은 학교의 법적ㆍ도덕적 책무”라고 일갈했다. 검찰도 ‘교직원이 즉시 경찰에 신고했어야 했는가’라는 질문에 “비극을 막을 기회가 있는 누구든, 그렇게 했어야 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학교도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은 거의 없다. 교사나 교직원의 ‘중대한 부주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다만 민사소송에 직면할 가능성은 크다. 일례로 올해 초 플로리다주 교육당국은 2018년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 총기 난사 사건 때 숨진 학생 17명의 유가족과 생존 학생 2명에 대해 피해 보상금 2,5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애초 느슨한 총기규제법이 문제라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총기폭력 퇴출 시민단체인 ‘맘스 디맨드 액션’에 따르면, 오직 23개 주정부만 미성년자를 총기로부터 보호하도록 규제하는 법을 갖고 있다. 이 단체의 설립자 새년 와츠는 “총기관리법을 강화해 총기 사건을 예방해야 할 책무는 궁극적으로 의회에 있다”며 “더 강력한 총기법이 있었다면 이런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