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합의(JCPOAㆍ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원을 위한 관계국 협상이 중단 5개월여 만에 재개된 가운데 이란 측이 농축 우라늄 생산에 착수했다. ‘전면 제재 해제’를 핵합의 재개 선결 조건으로 내건 이란이 국제사회와의 대화 한편에서 언제든 핵활동 재개가 가능하다는 시그널을 내보이는 ‘투트랙 전술’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이 지하 우라늄 농축 공장인 포르도 농축시설에서 20% 농도의 농축 우라늄 생산을 시작했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IAEA는 “이 작업은 포르도 농축시설의 개량형 원심분리기 IR-6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5년 핵합의에 따르면 포르도 농축시설에서의 핵 활동은 금지돼 있다고 미국의소리(VOA)는 보도했다.
이란은 우라늄 농축 사실을 부정하진 않았다. 오스트리아 빈 주재 이란 유엔 대표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란의 최근 핵 활동에 대한 IAEA의 보고서는 정기 검증에 따른 통상 업데이트”라며 “이란은 IAEA가 해당 장소에 대한 검증을 강화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핵합의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신들은 국제기구의 검증을 성실하게 받고 있다는 제스처인 셈이다.
이란과 영국ㆍ러시아 등 강대국들은 지난달 29일부터 빈에서 핵합의 복원을 위한 회담을 열고 있다. 이란은 핵합의 복귀의 전제 조건으로 “2015년 핵합의 이상의 의무사항을 추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과 함께 미국 행정부가 바뀌더라도 제재가 다시 가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보증’을 원하고 있다. 미국은 이번 협상에 참여하지 않았으나 지난 협상에서 본래보다 더 강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며 이 입장에서 요지부동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의 우라늄 농축 재개로 협상에는 찬바람이 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이란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행동에 나선 것이지만 목표했던 성과는 거두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로이터통신은 “이란과 워싱턴 간의 간접적인 회담은 가시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국가의 고위 외교관은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무기화할 수 있는 수준의 고농도 우라늄 농축과 같은 도발적인 행동을 이란이 지속한다면 핵 협상은 심각하게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이란의 핵합의 복귀에 대해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날 프랑스24와의 인터뷰에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협상 타결은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조건을 걸었다. 그로시 총장은 “이란 정부는 IAEA에 더 많은 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 이는 이란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