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분야 3대 국책 연구원장들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6ㆍ25전쟁 종전선언 추진 여론전에 나섰다. 한미 간 종전선언 문안 협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미국 내 회의적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서다. 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은 대북 협상의 유연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낮은 수준 미사일 발사시험 용인 필요성을 주장해 논란이 될 가능성도 있다.
홍 원장, 고유환 통일연구원장, 김기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이날 미국 싱크탱크 윌슨센터 주최 북미관계 포럼과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한반도 비핵화 협상 돌파구 마련을 주문했다.
김 원장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정부가 (종전선언으로) 무슨 드라마틱한 쇼를 하려는 것이냐 하는 비판도 있지만 전략 관점에서 보면 (종전선언은) 한반도에 작동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원장 역시 “이런 장기 교착상태가 이어지면 평화와 비핵화 교환 프로세스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 인식 속에서 종전선언은 대화로 가기 위한 하나의 돌파구”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종전선언 채택 시 주한미군 철수, 유엔사령부 해체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하지만 김 원장은 “워싱턴에 종전선언 피로감이 있다고 하는데 한국이 (종전선언이라도) 얘기하지 않으면 한반도 상황은 교착 상태에 있을 것”이라며 “유엔사와 주한미군 철수는 냉전 시기에 나온 유산”이라고 반박했다. 이런 문제는 종전선언이 아닌 향후 평화협정 논의 때나 다뤄질 사안인데 미리 우려를 한다는 것이다.
홍 원장은 “소련에 고르바초프가 나와 (구소련을) 평화적으로 해체하고 전쟁도 하지 않고 냉전을 종식시켰다. 지금 김정은을 고르바초프로 만들어야 한다”며 “핵 포기의 계기를 줘야 하는데 우리가 김정은을 고르바초프가 아닌 (냉전 체제를 확립한) 스탈린으로 만드는 것 아닌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홍 원장은 특히 북한의 낮은 수준 미사일 발사 시험 용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급의 협상 추진 같은 파격 제안도 쏟아냈다. 그는 대북제재와 관련, “제재가 사실 북한에 벌을 주는 의미도 있지만 북한의 행동을 바로잡고 북한이 핵문제에 있어 국제사회의 여망에 부응하도록 만드는 게 목적”이라며 “제재를 완화시켜 주는 방향으로 가면서 비핵화를 촉진하는 진정한 목적을 되찾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홍 원장은 북핵 및 미사일 시험 발사 문제에 대해 "(북한이) 우리와 상응하는 정도 사거리의 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때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그랬듯이, 그것을 인정해준다는 게 아니라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게 한반도 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500㎞ 미사일을 발사하면 우리에게 당연히 위협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한 뒤 “우리도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 미사일을 개발한다”고 설명했다. 이 언급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으로 규정하고 규탄해온 기존 정부 입장과 거리가 있어 논란도 예상된다.
홍 원장은 또 “만약 종전선언이 안 되고 이 상태가 지속되면 내년에 위기가 올 것”이라며 “4~10월이 굉장히 위험한 시기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북핵 협상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3월 한국 대선 이후 북한이 또 도발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우려다.
이를 피하는 방안으로 내년 봄 한미연합군사훈련 일부 유예도 제안했다. “연합훈련을 해도 1부는 방어, 2부는 반격인데 북한 입장에서는 2부 훈련이 북한을 점령하는 내용이 있어 굉장히 부담을 느낀다. 우리가 북으로 (반격해) 올라간다는 것은 북한이 핵을 사용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결국 우리가 (실행)하지도 못할 것을 훈련하는 게 된다. 2부 (반격) 훈련은 생략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