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치안정감과 치안감 등 고위직 인사를 단행한 1일 송민헌(52) 인천경찰청장이 최근 인천에서 발생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부실대응의 책임을 지고 퇴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송 청장은 이날 치안정감 내정 인사와 관련한 입장문을 내고 "인천 논현경찰서 부실 대응에 대한 총괄 책임을 지고 인천경찰청장직에서 물러남과 동시에 경찰을 퇴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천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시민 안전을 지키는 경찰의 책무가 얼마나 무겁고 엄중한지 깊이 새겨주기 바란다"며 "환골탈태 자세와 특단의 각오로 위급상황에 처한 시민 보호에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송 청장은 "위축된 공권력의 장기화가 자칫 정당하고 적극적인 법 집행까지 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며 "시민의 당연한 분노와 비난은 감내해야 할 상황이지만 열심히 직무를 수행하는 경찰에 따뜻한 격려를 보내주신다면 심기일전해 더욱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천자치경찰위원회와의 인사 협의 등 후임 청장 인선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빈틈 없이 직무를 수행하겠다"며 "이번 사건 피해자분들께 다시 한번 사과드리며 아직 병상에 계신 피해자분의 조속한 회복을 기원드린다"고 덧붙였다.
송 청장 후임으로는 이날 치안정감으로 승진한 유진규(53) 울산경찰청장과 최승렬(58) 강원경찰청장 등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5일 인천 남동구 한 빌라에서 발생한 흉기난동 사건 당시 현장에 충돌한 경찰관 2명이 현장을 벗어나는 등 부실하게 대응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논현서 모 지구대 소속 A경위와 B순경은 흉기난동 당시 범행 제지나 피해자 구호 등 즉각적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했다가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해임 처분을 받았다. 해임은 경찰공무원 징계 가운데 파면 다음으로 수위가 높은 중징계다.
A경위는 당시 빌라 외부에서 피해자 비명을 듣고 사건 현장인 3층으로 올라가다가 계단을 내려오는 B순경을 따라 다시 밖으로 나오는 등 즉각 대응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시보 경찰로 현장에 배치된 지 7개월 된 B순경은 피의자가 흉기로 피해자에게 중상을 입히는 상황에서 현장을 벗어났다.
이들이 범행 현장을 이탈한 사이에 일가족 3명이 흉기에 찔려 다쳤고 이 가운데 한 명은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 경찰관은 구호 및 지원 요청을 위해 현장을 잠시 벗어났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