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만에 재개된 이란 핵협상, 첫발 잘 뗐나… 러·이란·EU “긍정적”

입력
2021.11.30 16:30
EU "당사국들, 진지한 참여 의사 밝혀"
이란 "실질적인 합의 도출에 낙관적"
첫날 '훈풍' 불구, 일부 '적신호'도 포착
"이란, 곧 우라늄 90%까지 농축" 보도

강경 보수 성향인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린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이 당초 예상과는 달리 순조로운 첫발을 내디뎠다. 참가국들이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이란핵합의) 부활에 대한 의지를 강력히 피력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일방적 탈퇴로 좌초 위기에 빠졌던 핵합의가 제자리를 찾을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이란 국영IRNA통신 등에 따르면, 올해 6월 이후 중단됐던 이란 핵합의 복원 회담이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5개월 만에 재개된 가운데 첫날 일정을 마친 협상 참가자들은 대부분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협상 의장을 맡은 엔리케 모라 유럽연합(EU) 대외관계청 사무차장은 “당사국들이 진지하게 참여 의사를 보였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미하일 울리야노프 주오스트리아 러시아 대표부 대사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날 회담이) 꽤 성공적으로 시작했다”며 “참가자들이 즉각적 조치를 추가하는 데 동의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란 역시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이란 대표단을 이끄는 알리 바게리카니 외무부 차관은 회담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이란과 다른 참가국 모두 (이날) 회의가 건설적이고 유용하다고 믿고 있다”며 “이란이 많은 기준과 지표를 간략히 설명하자, 다른 당사국들이 모두 환영을 표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질적 합의 도출에 낙관적인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첫날의 ‘훈풍’만으로 결과를 예단하기엔 이르다. 대(對)이란 제재 해제 문제를 두고 기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이란은 ‘미국의 제재 해제가 먼저’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바게리카니 차관은 이날 로이터통신에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앞으로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가 없을 것이라는 보장을 해 줘야 한다”며 “이번 회담의 초점은 제재 해제가 돼야 한다는 데 참가국들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모라 차장도 ‘이란이 여전히 ‘모든 제재 해제’라는 요구를 고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적신호’도 포착된다.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이날 “이란이 원하는 경우 수주 안에 90% 순도까지 우라늄 농축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정보를 이스라엘이 공유해 왔다”고 미국 측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현재 이란의 기술 수준은 단기간 내에 핵무기로 사용 가능한 등급의 우라늄 농축을 할 수 있는 단계까지 도달한 셈이 된다. 과연 이란이 핵합의 복원을 진정으로 바라고 있을지 의문이라는 회의론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이날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을 만나 “이란이 빈에서의 결과와 상관없이 핵 프로그램을 비밀리에 계속 진행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볼 명백한 정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미 ABC방송은 “미국 국무부가 이란의 우라늄 농축 가능성에 대한 보도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젤리나 포터 국무부 부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이란의 우라늄 농축은) 분명히 도발적인 행동이 될 것”이라며 “이란의 지속적인 농축 핵 확대는 건설적이지 않고, 핵합의 상호 준수로 복귀한다는 목표에 명시된 것과도 일치하지 않는다”고만 말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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