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만에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 재개… 전망은 벌써 '회의적'

입력
2021.11.2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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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강경파' 라이시 정부 출범 후 첫 공식 협상 
美와 이란 간 입장차 커 협상 타결 전망 어두워
협상 교착 국면 장기화 땐 '무력 충돌' 가능성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이 5개월 만에 재개됐다. 그러나 올해 6월 이란 대선에서 강경 보수성향 후보의 당선으로 논의가 중단된 이후, 이란이 핵 개발에 전력투구해 왔던 터라 2015년 핵합의 당시 상황으로 원상복구를 하는 건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29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과 독일, 프랑스, 영국, 러시아, 중국 등 각국 대표단은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6월 20일 이후 처음으로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았다. 미국은 이번에도 당사국으로 직접 나서지 않고, 다른 참여국들을 통해 의견을 개진했다. 해당 국가들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행정부의 일방적 탈퇴로 파기된 이란 핵합의를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방안을 논의해 왔다.

이날 협상은 핵합의 복구를 목전에 뒀던 5개월 전과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미 강경파’ 세예드 이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8월 공식 취임하면서 이란의 태도도 확 달라졌다. 이란 측은 ‘미국의 완전한 선(先)제재 해제’를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미국은 이란이 먼저 핵합의 위반 조치들을 철회한 이후에야 제재를 풀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CNN방송은 유럽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라이시 이란 정부는 과거 협상 테이블에 앉은 관리들이 아니라, ‘미국의 선제재 해제’를 강조해 온 관리들을 보냈다”며 “미국에 제재 해제뿐 아니라, 종전 제재와 관련한 추가 보상을 요구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란은 그간 고농축 우라늄 비축량을 크게 늘려 왔다. 2015년 핵합의 당시 이란은 우라늄을 3.67% 이상 농축하지 않기로 했지만, 최근 들어 농축 농도를 60%까지 끌어올린 우라늄을 17.7㎏ 비축했다는 게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추정이다. 또 8월 말부터는 우라늄 농축도를 높이기 위한 원심분리기를 증설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협상의 성공 여부는 이란이 2015년 당시 상태로 돌아가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핵 개발을 진척시켰느냐에 달려 있다”고 짚었다. 이란의 핵 개발 단계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확인돼야 핵합의 복원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전망은 밝지 않다. 현재 이란은 입장 차가 큰 미국과의 관계 회복보다는, 오히려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구축하는 데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22일 이란을 방문한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어떤 합의도 이루지 못했다. 이란 대표단은 반대로 27일 중국·러시아 대표단과 3자 회담을 하며 공조를 모색했다.

협상 교착 국면의 장기화 땐 무력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CNN은 “이란이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으면,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해 이란 핵 시설을 공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마크 두보위츠 민주주의수호재단 최고경영자도 “이스라엘이 군사력을 사용할 경우, 이란이 강력한 핵 보유국이 되는 최악의 상태를 맞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가디언은 “협상 결렬 시 내달 IAEA가 긴급회의를 소집해 서방 국가들이 대(對)이란 제재 강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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