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속 美 의원들 또 대만 방문… 이달에만 두 번째

입력
2021.11.26 08:41
민주당·공화당 모두 포함한 美 하원의원단
차이 총통 접견해 "미국과 대만 관계 생산적"
중국은 이들 방문 직전 "일정 취소하라" 압박

동북아시아를 순방 중인 미국 하원의원단이 대만을 방문해 차이잉원 총통을 접견하고 양국 간 협력을 다짐했다. 현직 미국 의원의 대만 방문은 이번 달에만 두 번째다. 중국 정부는 대만 방문 직전 의원단 일정 취소를 요구하는 등 강력히 반발했다.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점점 격화되는 모양새다.

26일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전날 대만에 도착한 미국 하원의원단은 이날 차이잉원 총통을 접견하고 미국-대만 간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차이 총통은 “미국 의원단이 대만을 찾아온 것은 양국이 한식구처럼 깊은 우의를 나누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이들을 환영했다. 이어 “대만은 미국과 공동의 가치관을 수호하고, 역내 안정 및 평화적 발전을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원단을 이끄는 마크 타카노 미 하원 재향군인위원회 위원장 역시 “차이 정권하에서 대만과 미국의 유대 관계는 지난 수십 년보다 긍정적이고 생산적”이라고 치켜세웠다.

초당적으로 구성된 이번 의원단은 추수감사절을 맞아 동북아시아 지역을 순방 중이었다. 민주당의 타카노, 엘리사 슬로킨, 사라 제이콥스와 공화당의 낸시 메이스, 콜린 올레드 의원이 포함됐다. 앞서 일본과 한국을 방문했던 이들은 25일 밤 미군 수송기를 타고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도착했다. 지난 10일 미 상·하원 의원이 타이베이를 찾은 데 이어 이달에만 두 번째인 현직 의원의 대만 방문이다.

의원단은 차이 총통 외에도 대만 국방부 장관 등을 찾아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CNN방송은 “대만이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반도체 생산국인 걸 고려하면, 공급망 문제도 의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은 의원단의 행보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엘리사 슬로킨 의원은 25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전날 중국 대사관이 대만 방문을 취소하라는 직설적인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미 NBC 방송이 해당 메시지를 공개했는데, “미중관계와 대만해협 안정에 해가 되지 않도록 대만 독립세력을 지지하는 활동을 중단하라”는 내용이 골자였다. 지난 10일 상·하원 의원들이 대만을 찾았을 때도 중국은 이를 도발 행위로 규정하고 대만해협 방향으로 전투기를 보냈다.

대만을 중심으로 한 미중 갈등은 앞으로도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대만은 독립적”이라고 말했다 급하게 수습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달 16일 미중 화상정상회담에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23일에는 미 군함이 대만해협 내부의 공해를 통과했고, 25일에는 다음 달 화상으로 열리는 민주주의 정상회의와 관련해 미국이 대만을 공식 초청하기도 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민주주의라는 깃발을 들고 세계 분열을 책동하는 것”이라고 미국에 날을 세웠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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