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의 고독사 발생 건수가 올해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위험군 발굴과 예방 사업이 차질을 빚은 탓이다. 이달 21일 중랑구 다가구주택에서 숨진 지 2주 이상 지나 발견된 한모(57)씨도 고독사 예방 활동이 순조롭게 이뤄졌다면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 거란 지적도 나온다.(▶관련기사: [단독] 서울 주택가 50대 남성 고독사… 2주 넘도록 아무도 몰랐다)
2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의 고독사 발생 건수는 2018년 83건, 2019년 69건, 지난해 51건으로 감소세를 보이다가 올해는 10월까지 67건으로 집계됐다. 남은 두 달 발생 건수를 더하면 2019년 수치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독사는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고독사예방법)에 따라 주변과 단절돼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지나 발견되는 죽음으로 정의된다. 서울시의 경우 숨진 지 3일 이상 지나 발견되면 고독사로 판단한다. 한씨 역시 경찰 조사와 부검 등의 절차가 남았지만 고독사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활동이 줄어들면서 고독사가 증가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노인층보다 경제 활동을 하는 인구층에 더 큰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들이 대면 접촉 및 소득 감소로 사회적 배제를 겪으면서 심각한 경우 고독사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 서울시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고독사한 인원의 64%가량이 50~60대 중·장년층 남성이었다. 한씨 역시 50대로, 그는 지난해 일용직 일자리마저 구하지 못해 공공근로를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고독사 위험군이 급증할 만한 상황이지만 이를 예방할 정책적 노력도 코로나19 확산세에 막혀 무력화되는 형국이다.
서울시는 2018년부터 매년 고독사 예방 종합계획을 수립해 시행해왔다. 올해 4월 수립한 2021년 사업 추진계획에 따르면 △전수조사 등 고독사 위험군 상시 발굴 △위기가구 생계비 지원 △'서울살피미' 애플리케이션 설치 및 운영 △시민 대상 고독사 예방 홍보 등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조사 작업부터 차질을 빚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서울시는 당초 행정안전부에서 전국 모든 가구에 대해 실시하는 주민등록 사실조사와 연계해 고독사 예방을 홍보하고 위험군을 발굴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중앙정부 차원의 주민등록 사실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이로 인해 서울시의 관리 대상자 발굴이나 홍보 활동이 연쇄적인 차질을 빚었다.
서울시는 이와 별도로 8~10월 중·장년 1인가구를 전수조사해 고독사 위험도를 파악할 예정이었다. 계획대로라면 한씨도 조사 대상에 포함돼 위험군으로 분류됐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조사를 맡은 주민센터 직원들의 대면 활동이 여의치 않아 일정이 늦춰졌고, 조사 대상도 원룸과 고시원, 다가구주택의 반지하 및 옥탑방 등에 거주하는 중·장년층으로 한정됐다. 공교롭게도 한씨는 올해 초 다가구주택 반지하에서 1층으로 이사해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장에서도 일부 주민들이 조사원 방문을 거부하는 등 애로를 겪는 분위기다. 한씨의 거주지 관할 주민센터 관계자는 "지역사회 전파 우려가 있어 조심하는 차원에서 전화로 업무가 많이 이뤄졌고 대면상담 등이 줄었다"며 "가정에 방문하더라도 코로나 시국이라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상자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고독사 위험군 관리나 관련 정책 시행 등이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면서도 "자치구나 주민센터에서 비대면으로라도 어려운 주민을 찾아서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