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호남 민심'과의 거리 좁히기에 나섰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들에게 사과하지 않았던 전두환 전 대통령 조문을 단호하게 거부했고 부인 김혜경씨는 현장실습 중 짧은 생을 마감한 홍정운군의 49재 참석을 위해 전남 여수를 찾았다. 이 후보도 26일부터 호남 방문에 나선다.
이 후보가 호남에 각별한 공을 들이는 데는 민주당의 전통적 텃밭인 호남이 완전히 마음을 열지 않은 상태라서다. 호남 출신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도 호남에서 90%를 넘는 몰표를 받아 당선됐다. 사실상 양자 대결로 진행된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현 민주당) 후보는 호남에서 89%의 득표율을 기록했음에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패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자 대결로 치러진 19대 대선에서 호남에서 62%의 득표율을 기록해 당선됐다.
반면 이 후보는 19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호남에서 55%의 지지율을 얻는 데 그쳤다. 경북 안동 출신인 이 후보의 이력이 성남시장·경기지사라는 점도 호남과 접점을 찾기 어려운 요인이다.
24일 민주당 안팎에선 "전두환씨 사망으로 이 후보가 호남에 제대로 각인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날 전씨 사망 소식이 알려진 후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했으니 '전두환씨'라고 하는 게 맞겠다"며 "조문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못 박았다. 반면 민주당이 '애도'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가 당원들의 비판을 받았고, 경쟁자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조문 여부를 두고 오락가락했던 것과 대비되면서 이 후보의 단호한 태도가 부각되었다는 평가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 후보의 연이은 실책으로 이 후보가 득점하는 상황이 호남에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26일부터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의 세 번째 지역으로 광주·전남을 찾는다. 이에 앞서 부인 김혜경씨는 24일 광주 소화자매원에서 고(故) 조비오 신부를 기리는 연례 행사에 참석했고, 여수에서 현장실습 중 숨진 홍정운군의 49재 추모식에 참석해 눈물을 훔쳤다. 지난주 충청 방문 땐 이 후보의 시장 유세 등에 동행했던 것과 달리 소리 없는 행보에 나선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호남 특보'를 자처하며 문 대통령을 대신해 호남을 찾았던 김정숙 여사의 행보와 유사하다.
이 후보의 노력에도 호남 민심의 키는 경선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가 쥐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광주·전남은 민주당 경선에서 이 후보가 유일하게 1위 자리를 내준 곳으로, 이 전 대표의 영향력이 만만하지 않다.
이 전 대표는 그러나 선대위 상임고문직 수락 이후 공개 행보를 자제하는 대신 지방을 찾아 경선 당시 지원에 감사 인사를 다니고 있다. 이 후보는 호남 지원 유세를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는 게 이 전 대표 측의 입장이다. 이 전 대표는 이번 주말 이 후보 측의 호남 동행 요청을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