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해서”… 신발 한 켤레를 교대로 신고 학교 오가는 인니 남매

입력
2021.11.2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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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영화 '천국의 아이들' 얘기가 현실 
누나랑 같은 신발 원하던 동생 소원 이뤄

운동화가 한 켤레밖에 없어서 학교를 오갈 때 번갈아 신는 인도네시아 남매가 있다. 등교할 때는 동생이, 하교할 때는 누나가 운동화를 신는다. 언뜻 이란 영화 '천국의 아이들(1997)' 얘기와 닮았다. 가난이 잉태한 아름다운 남매애다.

24일 콤파스닷컴 등에 따르면 남동부술라웨시주(州) 바우바우의 와메오 제3국립초등학교에 다니는 나디아(11) 리즈키(9) 남매의 사연을 담은 여러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왔다. 한 동영상에는 남매가 교실에서 신발을 바꿔 신는 장면이 나온다. 동생이 검은색 운동화를 벗어 누나에게 건네주고 누나가 신고 있던 파란색 슬리퍼로 갈아 신는다.

나디아양이 그 이유를 콤파스닷컴에 설명했다. "학교 갈 때는 동생이 운동화를 신어요. 왜냐하면 동생은 수업이 아침 일찍(보통 오전 7시) 시작하거든요. 반면 저는 수업이 늦게 시작해서 오전 10시쯤 등교한 뒤 교실에서 동생을 기다려요. 동생이 신고 간 운동화로 갈아 신으려고요." 운동화는 비록 한 켤레지만 남매 모두 수업시간만큼은 운동화를 신고 있을 수 있는 비결이다.

이웃 주민들로부터 소식을 전해 들은 남매의 엄마 마르디아나씨는 "솔직히 신발을 사 주지 못해 교대로 갈아 신어야 하는 처지가 부끄럽지만 아이들이 서로 나눈 사랑을 보고 울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아무것도 사 줄 수가 없지만 언젠가 두 아이에게 모두 신발을 사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리즈키군은 누나와 같은 운동화를 갖고 싶어한다.

두 남매의 애정은 각별하다. 동생은 누나의 머리를 빗겨주고 묶어주거나 운동화 끈을 매 주기도 한다. 서로 마주보고 앉아 라면 한 그릇을 사이 좋게 먹기도 한다. 마르디아나씨는 "동생이 네 살 때부터 남매가 서로 따라다니며 같이 자고 같이 먹는다"고 했다.

신발 덕에 유명해진 남매는 소원을 이뤘다. 지역 경찰서장이 남매의 집을 방문해 남매가 따로따로 운동화를 신고 학교에 오갈 수 있도록 신발을 선물한 것이다. 학용품과 교복도 남매에게 전달했다. 가난이 사랑을 이길 순 없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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