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이어 인도에서도 비트코인 등 민간 가상화폐 유통이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 돈 세탁과 마약 거래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인도 정부가 강력한 규제 법안을 내놓은 것이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 의회는 ‘민간 가상화폐 유통 금지 및 정부 공식 디지털화폐 도입’ 법안을 29일 상정해 논의할 계획이다. 인도 내에서 비트코인 등 민간 가상화폐 유통 및 채굴 등을 일절 금지하고, 그 대신 인도중앙은행(RBI)이 발행하는 공식 디지털화폐(CBDC)를 도입해 유통시키는 게 법안의 골자다. 인도 정부 관계자는 “민간 가상화폐 유통으로 돈 세탁과 조세 회피 등 금융시장 내 불법 행위가 늘어나 관련 법안을 마련했다”며 “정부가 인증한 디지털화폐 사용을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인도는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민간 가상화폐 유통을 금지하는 국가가 된다.
인도 정부는 그간 민간 가상화폐의 유해성을 공개적으로 경고해 왔다. 앞서 RBI는 지난 6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민간 가상화폐 시장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이달 18일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젊은이들을 망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3년부터 인도에서 유통된 민간 가상화폐는 사기성 거래 급증 탓에 2018년 거래가 금지됐다. 그러나 이에 반발하는 소송이 제기됐고, 인도 대법원은 지난해 가상화폐 거래 금지 해제를 명령했다. 이후 다시 가상화폐 거래가 폭증했다. 올해 5월 기준 인도 가상화폐 시장 규모는 66억 달러(약 7조8,000억 원)로 추산된다. 9억2,300만 달러(약 1조1,000억 원) 규모였던 지난해 4월과 비교하면 불과 1년 만에 6배 가까이 성장한 셈이다. 인도 내 가상화폐 보유 인구도 1억 명에 달한다.
인도의 민간 가상화폐 규제 방침에 따라 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24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비트코인 개당 가격은 7시간 전보다 5.23% 급락한 5만6,564달러에 거래됐다. 인도 가상화폐 교육 플랫폼 비티닝의 카시프 라자 창립자는 “인도 내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사라지면서 관련 산업들도 막대한 손실을 안게 될 것”이라며 “전 세계 가상화폐 시장도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