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 울산 현대를 꺾고 FA(대한축구협회)컵 결승에 오르며 파란을 일으킨 전남 드래곤즈가 K리그2(2부리그) 소속 구단 최초 FA컵 우승이라는 새 역사에 도전한다. 한국 축구 최강자를 가리는 FA컵 결승 1차전은 24일 오후 8시 전남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킥오프한다. 전남이 우승할 경우 K리그1(1부리그) 승격 실패로 좌절된 부활의 꿈을 한 걸음 앞당길 수 있다. 하지만 상대는 1부리그에서도 가장 단단한 조직력을 보여주고 있는 대구FC다. 3년 만의 우승에 도전하는 대구는 전남의 반란을 성공적으로 잠재운 뒤 현대가의 K리그1 양강체제를 위협하는 클럽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2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비대면으로 열린 대구와 전남의 FA컵 결승전 미디어데이에서 양 팀의 사령탑은 어느 때보다도 결의에 찬 출사표를 내던졌다. 올 시즌 아쉽게 승격에 실패한 전남의 각오는 더 단단해졌다. 전경준 전남 감독은 "비록 2부리그에 있지만 1부리그를 이길 수 있는 기회가 바로 FA컵이다. 2부와 1부의 전력 차는 있겠지만 단판 승부에는 여러 가지 변수가 나온다. 조금 더 집중하면 이변을 일으킬 수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전남은 FA컵 3회 우승(1997, 2006, 2007)팀이다. 1회 우승(2018)을 거둔 대구보다 FA컵 우승 경험이 많다. 네 차례 FA컵 결승에 올랐고 그중 3번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부리그 소속으로 출전한 이번 시즌도 돌풍의 주인공이 됐다. 8강과 4강에서 포항스틸러스, 울산현대를 차례로 꺾고 결승 무대를 밟았다. 우승까지 성공하면 2부리그 최초의 FA컵 우승은 물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도 진출할 수 있다. FA컵 우승은 1부리그 진출 이상의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
전 감독은 "리그 결과가 좋지 않아서 팬분들께 죄송하다고 몇 번 말씀드렸다. FA컵에선 반드시 결과를 내겠다"며 "결과에 따라 구단이 많이 바뀔 수 있다. 간절히 준비하고 있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2017년 울산 현대 소속으로 결승전 골을 넣으며 FA컵 우승트로피를 안았던 이종호는 "아시아 무대에서 자기 기량을 뽐낼 수 있는 ACL 진출은 선수들에게도 큰 동기부여가 된다. 구단에서 지원도 많을 것이고 선수들도 많이 이적해 올 것이다. 팬들도 더 많이 찾아와 줄거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17년 결승전에서 입은) 부상 때문에 많이 힘들었는데 4년 만에 되돌릴 기회가 왔다. 컨디션도 괜찮다. 골을 넣으면 딸을 위해 아기상어 세리머니를 보여주고 싶다"며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대구는 1부리그의 자존심을 걸고 전남의 돌풍을 막아내야 한다. 이병근 대구 감독은 "전남은 K리그1에 있다가 내려간 팀으로, 선수들만 보면 K리그1도 위협할 수 있는 팀이다. 그래도 K리그1의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모두 열심히 해서 결승까지 왔다. 이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하나로 뭉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번 FA컵 우승이 대구라는 구단을 한 단계 더 성장시킬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대구 정태욱은 "대구는 2018년 FA컵 우승을 한 뒤 2019년에 크게 발전했다. 올해 우승을 한다면 내년엔 대구가 얼마나 더 큰 팀이 될지 저도 상상이 안 간다. 많은 선수가 대구를 원할 것이고 팬들도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랑을 줄 것이다"며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FA컵 결승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치러진다. 24일 전남의 홈구장에서 1차전이 열리고, 최종 2차전은 12월 11일 대구 홈구장인 DGB대구은행파크에서 개최된다.